5여 년의 숲체험 마무리, 선물은 무조건 동물이어야 했던 그때
"조용히 옆에 와서 키우는 애완동물들, 곤충들에 대해 얘기해 주니 오히려 제가 배워요. 모를 때는 물어보고 또 의지했답니다"
2020년 10월부터 시작된 아이들의 숲체험이 2월 1일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되었다. 숲체험 때마다 뭐라도 하나 잡아오겠다며 채집통부터 챙기는 둥이들. 숲체험 선생님의 마지막 메시지를 보니 둥이들의 남다른 동물사랑이 새삼 떠올랐다.
선물 얘기만 하면 동물부터 사달라는 꼬맹이 시절, 2020년 5월 어린이날을 앞둔 날로 돌아가본다.
"어린이날 선물로 뭐 받고 싶어?"
"음, 도마뱀(파이어 스킨스)!"
"뭐? 이제 동물은 그만"
어린이날을 앞두고 우리 집 쌍둥이는 또 도마뱀을 사달라고 한다. 하지만 아빠의 단호한 한 마디에 둘이 눈물이 그렁그렁. 집에 이미 도마뱀(레퍼드 게코), 거북이, 심지어 올챙이까지 키우고 있는 아이들. 집이 너무 어수선해 새는 잠시 다른 곳에 맡겨두었다.
책도 파충류, 곤충 책 위주로 본다. 누구도 못 말리는 동물 사랑은 좀처럼 멈추질 않는다. 휴대폰을 사용해도 동물사진 찍기와 동물검색 용도로만 사용한다. 휴대폰 게임이나 유튜브에 의존적인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물을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니 다행이다 싶다가도 '과유불급'이 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3D 펜 사자? 어때. 너희들이 만들고 싶은 거 만들면 되잖아!"
"음... 글쎄.,,"
아빠의 설득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쌍둥이들. 결국 어린이날 선물로 비교적 얌전하게 키울 수 있는 하얀색 가재 2마리로 낙점을 봤다. 동네 수족관에서 하얀색 가재를 사가지고 오니 아이들 얼굴이 가재 색깔처럼 다시 환해진다.
"엄마, 우리 집에 모든 종의 동물은 다 있는 거 같아. 봐봐. 양서류 올챙이! 갑각류 가재! 파충류 도마뱀과 거북이! 조류 앵무새! 그리고 우린 포유류"
아침마다 일어나자마자 거북이 물을 갈아주고 도마뱀 먹이를 주고, 아이들은 다른 생명들 돌보는데 열심이다. 아쿠아리스트라도 되는듯 생물 돌보기 체크표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현실은 서툴러서 여기저기 물이 튀어있고, 어질러져 있을 때면 한숨이 절로 나오긴 하지만.
동물들을 만지고 세정제로 손을 너무 열심히 씻어 손등이 까칠해진 것을 보니, 무언가를 키우는 일이 만만치 않은 것은 애나 어른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고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무언가를 키우고 싶은 마음은 그래서 더 대단해보인다.
"엄마, 우린 생물밖에 갖고 싶은 게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