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되어도 책을 읽어달라는 둥이들과의 추억
우리 쌍둥이들은 밤마다 공부하는 시간이 늦게까지 이어지면 이렇게 묻곤 한다.
"엄마, 책 읽어 줄 거지?"
시간이 늦어져 엄마가 자버릴 거 같은 불안감이 밀려오나 보다.
매일 밤 책 읽어주는 일은 아이들과 나의 가장 달콤한 데이트이다. 속내는 공부의 연장선일 수도 있지만 나도 책을 읽는 게 좋다. 소리 내어 꼼꼼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니까.
어릴 때는 양쪽 어깨에 기대어 책을 보는 아이들을 보면 행복했다. 한 권 두 권 세권 책을 읽다 보면, 선둥이가 먼저 눈을 감는다. 후둥이는 아직도 말똥말똥. 자는 순서도 늘 비슷비슷한 것도 재미있었다. 선둥이가 좀 더 마음이 편안했는지 아니면 후둥이가 더 책을 좋아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말이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아이들이 자지 않으면 끝까지 몇 권이고 읽어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졸다가 무슨 글을 읽는지도 모르겠고 머릿속에 있는 단어들이 제멋대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진짜 이럴 때는 내가 지금 무슨 생각에 골몰해 있는 것인지 들키기도 한다. 아이들은 이런 엄마의 징후를 발견하면 이내 속상해하기도 하고,
내일은 책 많이 읽어줘야 한다며 다짐을 받고 잠이 들곤 한다.
공부를 하다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늦어지면 나의 컨디션을 살피기도 한다. 무조건 많이 읽어줘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엄마, 피곤해? 그럼 조금만 읽어주고 그냥 옛날 이야기 하고 자자!"라고 한다.
책을 읽어주다 졸음이 밀려오는 걸 눈치채면 "엄마, 책 그만 보고 우리 옛날이야기해 줘!"
쌍둥이에게 옛날이야기는 조선시대도 삼국시대도 아닌 본인들의 어린 시절이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내 입에서 듣는 게 좋은지 소리 없이 빙그레 입꼬리가 올라가며 미소가 번지기도 한다.
오는 3월이면 중학생인데,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여전히 좋아하는 게 신기했다.
"너희는 왜 엄마가 책 읽어주는 게 좋아?"라고 물었다.
"그냥 좋지 뭐."
마치 왜 좋아라고 하면 다 좋아라는 대답 같은 것이 되돌아온다. 책을 읽어주는 빈도는 점자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잠들 때까지 엄마가 책을 읽어주길 원한다. 책을 통해 해 오던 우리들의 데이트는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