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무게 앞에 힘겨워하는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태어날 때 46cm, 몸무게 2.35kg였다 . 지금 키는 3배 조금 넘게 컸고, 몸무게도 20배는 넘게 컸다.
너무 작아 사람 구실할까 싶었던 어른들의 걱정 어린 시선이 들어맞기라도 하듯 매년 한 번씩 입원하던 약한 몸이었지만 이제는 어엿한 예비 중학생이다.
그저 아프지 않게 잘 놀아주기만 바랐던 시절을 지나 끙끙 수학 문제도 풀고 영어 단어도 외우며 푹푹 한숨도 쉬어보는 나이가 되었다.
이렇게 잘 성장하던 최근 아이가 작아지는 일이 많아졌다. 추상적인 개념으로 가득한 중학교 수학선행은 아이의 마음을 움츠려 들게 한다. 무슨 말인지 몰라 문제에 시선을 두기 보다 문제집의 빈 공간에 손과 눈이 간다. 즐겨보는 만화 캐릭터를 끄적이기도 하고, 책상 주변에 놓인 지우개를 조금씩 만지작 거리기도 한다. 오돌토돌 피부에 난 뾰루지는 아이의 손을 타고 한창 피기 시작한다.
그런 아이의 모습에 내 마음은 타들어간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옆에 붙어 설명을 해보지만 문제를 이해하는 것은 제자리 걸음이다. 나도 모르게 풍선에 바람빠지듯 한숨이 새어나온다.
"엄마, 그런 소리 내지마 "
"내가! 뭘?"
머리는 알지만 문득문득 빗나가는 마음이 들킨다. 좀 더 따스한 마음과 기다림을 주어야 하는데 금새 잊어버린다. 어쩌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그 아이일텐데.
조금씩 조금씩 작아지고 있는 아이를 도와야 한다. 매일 매일 차곡차곡 쌓아나갈 수 있도록 힘을 키워주어야 한다. 더 따스한 웃음과 격려를 담아서.
항상 문제 푸는 게 늦어 마음 끓이지만
생각이 많아서일 뿐. 그래도 꼭 잘 해내고야 마는 그 아이를 응원해야한다. 한창 커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