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쌍둥이가 미소 한 모금인 이유

쌍둥이가 맞냐고 물으며 건네는 작은 웃음과 질문이 좋습니다.

by 이정인


쌍둥이가 교복을 맞추러 갔던 지난 토요일의 일이다. 교복매장에서 권해주는 사이즈 대로 입어보니 10센티미터가량의 성장을 감안해서인지 큰 옷을 입다 보니 참 어색하게 보였다. 어릴 때 겨울패딩을 몸 사이즈보다 한 참 큰걸 선택했던 것처럼 말이다.

아이들이 셔츠, 바지, 조끼를 입고 탈의실에서 나오니 교복매장의 여직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비슷한 체격의 두 명이 나란히 교복을 입고 서 있는 것이 눈에 띈 모양이다. 아이들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미소가 입가에 번지며 두 눈이 조금은 반짝거려 보였다. 궁금증과 함께 수줍게 질문한다. 쌍둥이를 마주할 때의 여느 사람들처럼.


"쌍둥이예요?"

"네. 맞아요"

쌍둥이를 데리고 다니면 사람들이 이렇게 내게 많이 웃어주었다. 나 혼자라면 말을 걸어오지 않을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물어보기까지 한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 제주도 가는 비행기 안에서 외국인도 물었다.

"twins?"

"yes"


쌍둥이는 이렇게 내성적인 나를 편하게 낯선 사람들에게 데려다주었다. 주목받지 않았던 나의 시간들이 주목받는 시간으로 바뀐 기분도 들었다. 더욱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배우 송일국의 대한민국만세와 이휘재의 쌍둥이가 한창 인기몰이를 할 때는 우리 집 쌍둥이를 보고는 여중생과 여고생의 입에서 “나도 결혼하면 쌍둥이 낳고 싶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저 소녀들이 이루고 싶은 꿈을 이룬 사람이었나 하는 묘한 마음도 들었던 적도 있다.


쌍둥이들을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을 자세히 들어다보면 참 흐뭇하다. 잠시나마 질문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옅은 미소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맑은 하늘 작고 가벼운 구름 같은 미소 같다고 해야 하나, 짧은 순간이지만 평범한 일상에 조금은 다르면서 신기한 일이 스치듯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카페에 앉아 있는데 누가 문을 닫지 않고 들어온다. 순간 ‘뭐야?’하며 고개를 돌려보니 양갈래로 반머리를 한 3세쯤 되는 쌍둥이 여자아이들이 종종걸음으로 들어온다. 엄마 뒤를 졸졸 따라오다 보니 미처 문을 닫을 틈이 없었다. 순식간에 짜증이 사라지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웃었다. 그리곤 10초쯤 엄마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들의 귀여움을 지켜보았다.


사람들의 마음에 미소를 심어주는 것은 쌍둥이인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아이의 귀여움 때문일 것이다. 모쪼록 공원에서 만나는 유모차에 강아지도 좋지만 아이들도 더 많았으면 좋겠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7화중학생이 되기 전 160센티미터가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