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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되기 전 160센티미터가 되었으면

어느새 부쩍 자란 아이들, 초딩으로서의 시간을 돌아보며

by 이정인

이 글이 발행되는 오늘, 쌍둥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대외적으로 까불거리는 아이는 아니지만 집에서는 둘만의 대화 세상에 빠져 엄마목소리는 잘못 듣는 사내아이로 자랐다. 은이는 고작 1분 차이지만 형노릇을 하고, 윤이는 고작 1분 차이로 귀여운 막내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이들의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기억할만한 사건은 바로 코로나 일 것이다. 부모세대로 겪어 보지 못한 이 일로 2학년때는 거의 등교를 하지 못했고, 3학년부터 6학년 초반까지는 마스크를 쓰고 생활했었다. 그야말로 조심하고 염려하고 감추고 거리 두기가 일상화되었다. 지나친 위생관념과 불필요한 오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너무 손을 씻어대서 손이 벌겋게 달아오르기도 했다.


쌍둥이를 가진 부모들의 분반에 따른 고민도 매해 있었다. 저학년 때만 같은 반을 하려 했지만 코로나로 장기화되었다. 자칫 따로따로 등교해야 하는 문제가 있을까 봐 4학년까지 같은 반은 했다. 5학년이 되어 분반을 할 때는 다행히 친한 친구가 각자의 반에 한 명씩 있었는데 6학년이 되니 친한 친구가 없어 걱정이 많았다.

은이는 많은 아이들 틈에 목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소수의 무리 사이에서는 큰 무리 없이 어울려서 한 시름 놓았던데 반해 윤이는 많이 내성적인 아이로 쉬는 시간에 책을 읽거나 영어단어를 외우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이런 윤이만의 취미도 있으니 다름 아닌 교실산책. 아이들을 관찰하는 속 깊은 눈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지 사뭇 궁금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각자의 시간을 보낸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컸다. 유튜브나 게임에 매몰되지 않고 만들기와 그림 그리기, 동물을 사랑하는 아이들로 건강하게 잘 자라준 것에 감사하다. 나름 책을 만들겠다며 표지만 그려놓은 종이묶음에 쓰지 않은 내용들을 어서 채워갔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시급한 소원처럼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160센티미터가 되었으면 좋겠다. 잘 먹고 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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