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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1분이라도 형은 형

동생을 업어주는 쌍둥이 형아의 마음

by 이정인

우리 집 쌍둥이들은 1분 차이로 형과 동생으로 정해졌습니다.


쌍둥이들이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아마도 이 질문이 아닐까요.

"쌍둥이예요?"(아직은 엄마한테 많이 물어봅니다)

그다음으로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누가 형이니?"(누가 동생이니라고 묻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ㅋㅋ)


쌍둥이들은 서로를 "형" "동생" 부르지는 않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형, 동생 순서로 무언가를 하게 됩니다.

가족들은 은이 윤이 이런 순서로 주로 말하고 쓸 때도 그렇게 씁니다.

행정서류인 가족관계증명서에도 쌍둥이들은 출생 시각까지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전 처음에 요즘은 모든 아이들의 출생 시각이 기록되는 줄 알았답니다 ^^;)


그래도 역시 1분 형도 형이라는 걸 생각하게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형"이라고 정해질 때부터 그 존재감과 책임감이 달라지는 것인지.


커갈수록 부쩍 잘 삐지는 아이들. 이렇게 자신의 마음이 상했거나 서운했음을 곧잘 표현하는데요.


오늘도 영어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윤이를 먼저 읽히고 있었더니 은이는 화가 나서 방으로 들어갑니다.

"뭐야. 우리 둘이 나눠서 안 읽고 윤이 혼자 다 읽은 거야!"

그러더니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안 되겠다 싶어 윤이가 영어책을 다 읽자마자 저도 방으로 따라들어갑니다.


"은아, 엄마가 업어줄까? 이제 더 크면 못 업을 텐데"

아이는 엄마가 업어준다는 말이 그렇게 좋은지 서운함을 뒤로하고

제 등에 업혀 거실로 나옵니다.

제법 꽉 찬 튼실해진 몸이 이제 곧 못 업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가 사랑하는 은이, 이제 많이 컸네!"


이제 방에 혼자 남은 윤이가 엄마 들으라는 듯 외칩니다.

"뭐야, 나는 왜 안 업어주는 거야. 나도 업어줘~"

은이는 계속 영어책을 읽고 있는데, 윤이가 아무도 업어주러 오지 않으니 거실로 나옵니다.

"나도 업어주란 말이야!"

거실에 있는 아빠 보고 좀 업어주라고 하니 응해주지 않습니다.

동생이 안쓰러웠는지 은이가 나섭니다.

"내가 업어줄까?"

그러더니 윤이가 은이 등에 업힙니다.

금세 얼굴에 미소가 넘칩니다.

체격이 비슷한 아이들이 서로 업고 업히니

그저 신기합니다.


한참 터울 진 형이나 누나가 업어 키웠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가 업어 키웠다는 말은 ^^;


은이는 윤이를 업어 거실에서 방으로 한 번 다녀옵니다.

윤이 마음도 어느새 녹아

셋이 책 읽기에 돌입할 수 있습니다.


동생의 서운한 마음을 풀어줄 줄 아는 형.

이럴 때는 영락없는 형은 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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