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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인 Dec 16. 2024

완벽한 복제도 할 수 없는 것

엄연한 개인, 상상만으로 똑같을 수 없어

일란성쌍둥이라도 입맛은 다르다. 거의 같은 조건으로 자랐는데도 말이다. 지난 일요일 점심에 국밥을 먹었는데 한 녀석을 국물까지 말끔하게 비운 반면, 한 녀석은 겨우 국물만 떠먹고 야채 건더기는 거의 먹지 않고 남겼다. 둥이들의 입맛이 이렇게 달랐나 싶었다.




영어선생님 집에서 놀다 온 적이 있었다. 호빵, 스파게티 그리고 쿠키까지 맛있게 먹고 보드게임까지 너무 재밌게 놀다 왔다. 저녁으로 김치볶음밥을 준비하려 도마에 김치를 송송 썰고 있을 때 쌍둥이 형 그걸 보더니 묻는다.

"엄마, 김치 먹어도 돼?"

"그럼.."

마구 손으로 김치를 집어먹더니 "김치 맛있다!"를 연발하는 것이었다. 갓 만든 김장김치도 아니고, 거의 묵은지가 된 김치를 맛있다고 먹는 것이었다.


어른도 빵이나 과자류를 먹으면 얼큰한 김치가 당기는 것처럼 아이도 토종 한국인 듯 김치를 너무 맛나게 먹었.  쌍둥이 형의 입맛에 놀란 일은 또 있었다. 쌍둥이를 임신했을 때 깻잎을 열심히 먹었던 걸 기억하고 시어머니께서 손수 만들어 주신 깻잎. 그걸로 엄마가 밥을 잘 먹는 것을 보더니, 쌍둥이 큰 녀석이 덩 달아 깻잎을 하나씩 떼어 밥에 얹어 먹기 시작했다.

"엄마, 깻잎 맛있어!"

"야.. 대단한데. 네 또래에서 깻잎 맛있다고 하는 애는 드물 거 같은데?"

반면, 쌍둥이 작은 녀석은 깻잎이 영 내키지 않는 분위기다.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대신 깻잎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맞아. 지난번에 깻잎이 반찬으로 한 번 나왔는데, 선생님 외에는 거의 다 잘 안 먹어. 어떤 애는 그냥 실수인 듯 아닌 듯 자꾸 떨어뜨려 아예 안 먹기도 했어" 깨알같이 급식시간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방출해 주었다.



요즘 아이에게 이렇게 깻잎 반찬은 호락호락 먹어주는 반찬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토종 입맛에 더 가까운 것은 아무래도 쌍둥이 큰 녀석이다. 보리굴비의 비린맛도 즐길 줄 알고, 된장국과 두부까지 좋아하는 토종 입맛이다.

가끔 "엄마, 고구마 순 볶음이 제일 맛있어. 또 먹고 싶어"하기도 한다.

외할머니의 손맛에 길들여진 아이라 그런지 고구마 순 맛을 알고 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 맛을 그리워하기까지 하다니.

 

쌍둥이 작은 녀석은 같은 토종 입맛이긴 하지만 좋아하는 게 다르다. 된장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물 반찬은 그냥 거부감이 없는 정도이지 즐겨 먹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두부부침도 잘 안 먹더니 된장국에 들어간 두부만 좋아한다. 대신 밥은 정말 사랑한다. 꼭 밥을 먹어야 배가 부르다나.





과학적으로 완벽한 복제에 가까운 똑같은 유전자의 둥이를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입맛도 차이가 있고, 가마도 반대방향이고 좋아하는 색깔도 다르다. 모든 것이 같은 조건이라도 하나의 개인으로서 가지는 차별성은 서로를 완전히 다른 존재로 분리한다. 모두가 같을 수없다는 점에서 나도 지금을 살아가는 모두도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아이들을 통해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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