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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인 Nov 26. 2024

휴대폰아, 휴대폰아 내 얼굴도 기억해 줘

첨단 얼굴 인식 기능도 소용없는 일란성 쌍둥이

강원도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쌍둥이들은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우리, 당근이지(당연하지) 게임할까?"

"좋아!"

"내가 먼저 한다"

"그래!"

"너 진짜 진짜 멋있게 생겼다며?"

"당근이지!"


앞자리에서 그 얘기를 듣고 있는 엄마, 아빠는 피식 웃음이 피어 나왔다. 일란성 쌍둥이가 당근이지 게임을 하면서 상대의 외모를 칭찬한다는 건 뭐, 스스로에 대한 칭찬이 아닌가. 타자에 대한 칭찬이 나에 대한 칭찬이 될 수 있는 묘한 관계. 


집에 와서 DSLR 카메라에 있는 사진을 휴대폰으로 옮겨, 사진을 쭉 보고 있는데, 후둥이의 입이 쭉 나왔다. 


"엄마, 그런데 이 휴대폰에서 내 이름은 찾을 수가 없어?"


휴대폰 사진에 뜨는 얼굴인식 기능에는 선둥이의 이름만 뜬 것이다. 후둥이의 사진에 별도로 후둥이의 이름을 입력해놓아도 소용없다. 둘이 찍힌 사진에도 선둥이 이름만 두 개 동시에 뜰 뿐. 후둥이 혼자 찍은 사진에도 선둥이 이름만 뜬다. 이렇게 최첨단 얼굴인식 기능도 일란성 쌍둥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유치원을 졸업하면서 선생님이 아이들 찍은 사진을 파일로 주신 적이 있다. 구글의 얼굴인식 기능을 사용해서 분류했다고 하는데, 후둥이 선둥이 사진이 마구 뒤섞여서 웃음만 났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그러면 휴대폰 보안을 위한 얼굴+홍채인식은 어떨까. 예전에 회사 직장동료가 일란성 쌍둥이는 어떻게 될까 궁금해하길래 집에 와서 선둥이 얼굴+홍채를 사진으로 찍어 보안을 설정해본 적이 있었다. 설마 홍채인식까지 무장해제 될 수 있을까 의아했었다.  후둥이 얼굴에 휴대폰을 대고 보안이 풀리는지 보았다. 흠.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휴대폰 보안이 풀렸다. 


아직도 일란성 쌍둥이가 생겨나는 원인은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한다. 출발부터 미스터리하고 신기해서 그럴까. 첨단 기술도 따라잡을 수 없는 아이들. 후둥이의 바람처럼 후둥이의 얼굴도 정확하게 기억해 줄 날이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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