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정확히 알아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쌍둥이에게는 짐작하기 어려운 또 다른 세계가 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공원 한 바퀴를 돌고, 피자가게로 들어서려 하자 아이들의 새로운 담임선생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아이들 담임선생님은 학교 운영위원회 활동 때문에 이미 인사는 한 번 드린 적이 있었다.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어느 정도 연세가 있으신 여자 선생님이었다면,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남자 선생님인 데다 많이 젊으신 분이었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잠시 뵈었지만 순수함과 성실함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분이었다.
코로나로 등교가 어렵게 되자 아이들이 잘 지내는지 간단히 근황을 여쭤보시더니 혹시 부탁할 점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별 망설임 없이 얘기를 꺼냈다.
"아이들이 쌍둥이를 잘 구별 못해요. 같이 있을 때는 얼굴의 점으로 구분했다 되레 혼자만 있으면 더 구분하기 어렵데요"
선생님의 목소리에서 낮은 미소가 전달되는 듯 느껴졌다.
"그럼, 어떻게 구별해요?"
"코 위에 점으로 서로 구분하긴 해요"
아예 다른 헤어스타일을 권유하시는 분도 있었다. 미용실에서 다르게 잘라볼까 건네면 아이들이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다. 꼭 뭘 똑같이 하자 이런 건 아니지만 굳이 다르게 해야 하는 필요성은 잘 못 느끼는 듯했다.
선생님과 통화를 마치고 아이들과 걸어오면서 묻는다.
"유치원을 다녔던 서진이는 너희들을 잘 구분하지?"
"아냐, 걔도 헷갈려해. 우리 이름도 틀리게 말해!"
아이들이 헷갈려하는 게 싫지는 않은지 물었다.
"헷갈리는 거 재밌어. 은인데 윤이라고 부르면, '나 윤이 아닌데' 하면서 한 번 더 웃을 수 있어"
"그럼, 나쁜 점은 없어?" 내가 물었다.
"나쁜 점? 분명히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나보고 잘못했데.."
"그 애랑 논 건 나인데 편지를 쓸 때는 다른 이름을 적어!"
"그럼 친구들은 너희들을 어떻게 불러?"
"야! 하고 이름을 안 불러. 아니면, 은아, 윤아하고 같이 불러!"
누가 누구인지 몰라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니. 쌍둥이를 키우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이 잘 구분할 줄 알았는데. 엄연히 독립된 아이인데 이름조차 부르기 주저하게 된다는 사실이 얼핏 재밌을지 몰라도 좀 걱정되기는 했다. 실수해도 좋으니 아이들이 둥이의 이름을 많이 불러주면 좋겠다. 은이는 은이고, 윤이는 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