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무한한 접촉위안의 대상, 나의 쌍둥이
이제 중학생이 되어 피부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한
쌍둥이 녀석들, 엄마의 포옹도 뽀뽀도 부담스러워졌는데
그 시절 그 아이들은 제게 무한한 접촉위안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아이를 재울 때 아이의 이마를 가만히 쓰다듬어 봅니다.
보드랍고 뽀송뽀송 가볍게 손가락으로 눌러보면 조금씩 들어가는 이마
보들보들한 머리카락, 땀이 조금씩 차오르는 머리에는 온기가 가득합니다.
어두운 조명 아래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얀 솜털과 뽀얀 살결이 한없이 맑습니다.
옅은 속 쌍꺼풀과 동그라 하고 반지르르한 코, 작은 입술
어느새인가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는 점들.
"윤아는 어디에서 왔어?"
듣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처럼 묻습니다.
"나........... 나............. 나.................. 나"
아이는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시간을 끕니다.
"엄마, 뱃속에서. 뱃속에 있었는데 그 안에 은이가 있고 내가 그 옆에"
아이의 말에 엄마는 괜히 흐뭇합니다.
"좋아? 엄마 만나서 좋아?"
"응"
"그중에서 뭐가 제일 좋아?"
"다"
"음 그럼 최근에 가장 좋았던 건?"
"최근이 뭐야?"
"요즈음 있었던 일!"
"아기였을 때는 뭐가 뭔지 모르니까. 음 선물, 내 생일에 선물 받았던 일"
"엄마는 잘하고 있는 거 같아?"
요즘 조금 침체된 듯한 삶에 위로가 필요했나 봅니다.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아이에게 던져봅니다.
윤이는 이런 어려운 질문에
망설임이 없습니다.
"응 "
"뭘 잘하고 있는 거 같아?"
"다"
무조건적인 지지 의사를 표현합니다.
안도하며,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듣고 싶은 답을 얻어서인지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둥이 중 은이는 엄마 뱃속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내 고향'이라고 표현합니다.
분명 살았지만 기억조차 없는
이상하고 신기한 동굴 같은 고향
태초의 그리움의 대상인가 봅니다.
자신의 출발이었고,
남들과 다르게 혼자가 아닌 둘이 있었던 곳을 나와
어느덧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는 아이들
품에 안고 재우다가
문득 이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 하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제 몇 년 있으면 같이 자려고도 안 할 텐데"라고 말하면
"아니야, 그럴 일은 없다"라며 아이들은 말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믿기지 않는 사실인가 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남자아이들은 눈빛도 행동도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
저 역시 믿기지 않습니다.
어느 별에서
나에게로 온 아이들
흐르지 않을 거 같은 시간은 흘렀고
그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어느덧 나이를 먹어갑니다.
이렇게
보드랍고 따스한 시간들이 더 단단해져
아이들도 더 커가겠죠.
오늘도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은
잃지 말고 잘 자라주길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