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할인도 따지고 보면 제값이 될 수밖에 없는
이제는 중학생이 된 쌍둥이들.
어제 세일하는 여름옷 2벌씩을 사주고 돌아오니 주머니가 아주 가벼워지면서
웃을 수만은 없는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세일이 없다면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 내 스타일에 딱 맞는 아이들 옷 가게를 발견해 여름 시즌이 막을 내릴 때쯤이라 50% 세일도 하고 티셔츠 몇 개 사러 갔다. 쌍둥이들은 옷값이 50% 세일한다고 해도 어차피 배로 사야 해서 정상가나 다름없으니 이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다.
건조기가 있어서인지 금방 세탁하고 말려서 입힐 수도 있고 해서 옷을 별로 안 샀더니 너무 똑같은 옷만 입힌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년까지 입힐 것을 감안해 티셔츠를 4벌이나 구매했다. 그런 날 보더니 매장 직원은 휴대폰 번호를 묻더니 시즌오프 행사할 때 연락을 준단다. 난 또 참지 못하고, "여기 옷 제 스타일에요. 알겠습니다"하고 기쁜 마음으로 나왔다. 촌스러운 캐릭터도 없고 심플한 디자인에 은은한 색감이 내 맘에 쏙 들었다.
아이들 신발을 다시 점검해 보았다. 지난해 신었던 운동화는 너무 딱 맞는지 구겨 신는 걸 보니 새 운동화가 필요해 보였다. 신발장에는 지난번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 받은 운동화 2켤레가 놓여 있었다.
쌍둥이들보다 키도 훨씬 크고, 운동화 사이즈도 20mm 정도 앞서 나가고 있었던 친구 것이었다. 직접 손으로 세탁하고 건조기에 말리면서 살짝 둥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운동화는 그냥 이걸로 신자!, 다음 사이즈는 더 멋진 걸 사줄게!"
"진짜다. 진짜 멋진 거 사주는 거야~"
그런데 학교 가는 길에 한 운동화의 찍찍이가 자꾸 분리되자
"내가 불쌍하다...."라는 소심한 불평이 들린다.
"네가 왜 불쌍해?"라고 말했지만, 그 말 한마디가 많은 것을 말해주는 듯했다. 조만간 새로운 신발로 갈아타야 할 거 같다. 그 이후로는 친구의 신발을 물려받는 일은 없었지만, 아이들 발이 커질 때를 감안하여 인터넷으로 손가락 품을 열심히 팔아 최대한 좋은 것으로 '저렴하게' 사주자 마음먹었다(웃음).
진짜, 50% 할인도 크게 와닿지 않는 쌍둥이의 옷과 신발 사기. 정말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