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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지금 당장 빨리 해줘.

초등학생시절 쌍둥이와의 추억을 떠올려봅니다.

by 이정인

"아빠, 빨리 만들어줘"

"아빠, 이거 만져 봐도 돼?"



도마뱀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며주겠다는 아빠의 말에

'지금 당장!'을 요구하는 아이들.



수조에

인조 바위를 깎아 모양을 만들고,

타일 메지를 발라 돌의 질감을 만들어줍니다.

메지가 마르고,

코팅을 하고 아크릴 물감으로 색칠을 해주면 되는 작업인데.



오랜만에 아크릴 물감을 꺼내보니

물감이 살짝 굳은 감이 있지만

팔레트에 하나씩 짜고 색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합니다.



"너무 진한 거 같은데"

흰색, 노란색, 아빠는 마치 수술실의 치프처럼

아이들의 해당 색깔의 물감을 찾게 합니다.



아빠의 무릎 양쪽에 모여 앉아 있는 아이들

"얘들아. 누르지 좀 마!"

최대한 밀착하여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아이들.

"이번에 좀 붉어져야 할 거 같은데"

"살색같이 보이려고.. 아니 아니 연주황색"

(살색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라는 지적을 기억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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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붓질에

"바뀐다" 웃음을 한껏 머금습니다.

"키키키... 크크크"

"근데, 코팅을 먼저 해놨는데 괜찮은 거야?"

"상관없어? 아크릴은 바르고 나면 코딩처럼 빤질빤질해?"

"코팅해야 하는 거 아냐"

"코팅제 없다며?"

"사면되지"

"그럼, 오늘 (도마뱀을) 못 넣는 거네.."

오늘 반드시 입주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아이들.



"사막이라며, 왜 갈색이야?"

"모래 깔 거야?"

"안 깔 건데"

"대신 선인장인가 뭔가 넣는다고 하지 않았나?"

"뿌리 없는 탈란트시아를 꼽아줄 거야!"

처음의 계획이 어떻게 변경된 건지 점검도 합니다.



조금씩 인조 바위에 채색이 되어가자

"좋아?"라는 엄마의 물음에

"응~~~" 깊은 웃음이 번집니다.



사육 통에서 키친타월을 깔고 살던 도마뱀 두 마리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겠다는

그 꿈에 한발 다가섭니다.



"이제 밀웜(도마뱀의 먹이) 휴지 밑에 숨지 않겠다"

"바위틈에 숨을지도 몰라. 틈이 조금 있어!"



무언가를 키우고, 보살펴줘야 하는 일은 아이들에게도 즐거움입니다.

마치 멋진 환경에서 키우고 싶은 것에서 부모의 마음이 느껴지는 건.



"모든 물감은 칠하고 나서 마르면 조금 흐려져!"

"아, 그래서 조금 진한 색으로 칠하는 거야?"

"응 맞아!"

물감의 색 내는 법도 차근차근 살펴봅니다.



"그런데, 아빠 얘들 서식지(랑 최대한 비슷한 거) 맞아?"

"하지만, 얘들아. 도마뱀들은 그냥 집에서 태어난 거라 그런데 살아보지 않았어!"

"그러네. 그렇구나!"

아이러니하게도 도마뱀들은 야생이 아니라 가정집에서 낳아지고 길러진 아이들.

원래의 서식지 같은 환경에서 살아본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일이 될까요?



도마뱀들에게도,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멋진 추억이 될 도마뱀 집 장만..

이렇게 밤은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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