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이 두 개 있는 집

<은중과 상연>의 초반부를 보다가 드는 이런저런 생각들.

by 이정인

화장실이 2개면 정말 행복할까요? <은중과 상연>을 보면 은중이가 상연의 집을 방문하며 문화적인 충격을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방안에 화장실이 있다는 사실과 그것도 1개가 아닌 2개. 다른 설명보다 더욱 강렬하게 상연의 '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인데요. 배경이 신도시가 막 들어서던 90년대의 초반 설정이라 그 시절 신도시로 이사갔던 개인적인 경험까지 더해지니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저도 이번 이사로 화장실 2개인 아파트로 이사왔어요. 아이들도 있는 집이다 보니 화장실이 버거웠던 것이 이사의 주된 이유중의 하나이긴 했어요. 가족이니 같이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대도 비슷하고 그러다보니 겹치는 상황에서는 2층 아래에 사는 친정엄마네 집으로 화장실을 다녀오곤 했어요. 샤워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면 퇴근하고도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씻을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곤 합니다. 삶의 질이 너무 낮다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화장실 2개인 집. 은중이 바라보는 상연의 집은 그것만으로도 행복해 보였어요. 가족들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화장실이 1개이던 때를 가끔 이야기 합니다.

"할머니집이 가까이 없으면 큰일 날뻔 했어!"

"샤워도 순서밀리면 거의 11시에 한 거 같아"

불과 몇달전의 일인데 아주 먼 옛날 이야기 하듯 합니다.


2개라서 편한 것은 맞지만 그 안의 행복은 2개라서 자동적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은중이 미처 상연이네 가족사이의 미묘한 균열과 아픔을 볼 수는 없었으니까요. 편리함은 행복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행복은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 만들어가야 할 그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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