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한 첫째와 차분한 둘째를 볼 때마다 복잡미묘한 엄마의 심정
아이가 조금만 산만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나 때문인가? 자책하게 된다.
첫째 아이는 여덟 살로 곧 초등학교 2학년생이 된다. 둘째는 내년에 일곱 살로 내후년에 초등학교에 간다. 첫째는 아들, 둘째는 딸이다. 성별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인지 타고난 성향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한 첫째 둘째의 순서 때문인지 두 아이는 정말 다르다. (같은 배에서 나와도 어쩜 이렇게 둘이 다를까…) 첫째는 하드웨어=남편, 소프트웨어=나이고, 둘째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남편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극명하다. 두 아이의 차이점을 적어보겠다.
첫째: "아, 맞다" 나를 닮은 말버릇
옷을 갈아입을 때 잠옷을 허물처럼 벗어놓고 외출복으로 갈아입는다. 옷을 입으면 허리 부분도 어딘가 말려있고 바지 방향도 돌아가 있고 윗옷은 앞뒤 반대로 입을 때가 허다하다. 나갈 때도 챙겨주지 않으면 외투 따위 안 입고 나가기도 한다. 방과후 수업으로 배드민턴하는 날은 라켓 놓고 가는 일도 많지만 아무렇지 않게 친구 거 빌려 쓴다는 마음이다. 그래서 이제는 전날 밤에 미리 챙겨두라고 말해주었다.
현관에서 신발은 일단 벗기만 하고 외투도 거는 법이 없이 대충 벗어놓는 대로 둔다. 그나마 이건 잔소리에 잔소리를 거듭한 끝에 이제 겨우 습관이 되기 시작했다. 이런 아이가 손은 잘 씻겠는가. 외출 후에 대충 물 묻히고 거품 찔끔 묻혀 씻는다. 5초도 안 돼서 손을 다 씻었다고 나온 뒤 세면대 수전에는 비누 거품이 묻어있지만, 그런 것 따위 신경 안 쓰는 첫째는 좋게 보면 쿨가이나 다름없다. 그걸 본 엄마(=나)는 깨끗이 씻으라고 또 한차례 잔소리가 이어진다. 매번 귀찮아하면서 늘 두 번씩 하게 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내 과거가 자꾸 떠오른다.
외출 후에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바지를 벗으면 주머니 속에 모래가 한가득. 이어지는 나의 잔소리. 운동장에서 놀았으면 주머니 속 모래는 항상 털어야 한다고 알려준다. 주머니에 모래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잔소리하면서 나도 안다. 내가 늘 어릴 때 듣던 잔소리였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어떻게 하면 이 아이가 이런 일상적인 일을 더욱 쉽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이뿐이랴. 받아쓰기할 때 다 아는 것이지만 ㅊ을 ㅈ으로 쓴다거나 모음 하나 빼서 틀리는 정도는 이젠 당연할 지경이다. 나도 그랬기 때문이다.
둘째: 공주처럼 예쁜 나는 정리정돈이 좋아!
자고 일어나면 예쁜 내가 잘 때 입을 거니까 다시 예쁘게 개어 침대 위에 둔다. 엄마가 오늘 입을 옷을 골라뒀지만 다 입고 나니 양말이 오늘 옷에 안 맞아서 다시 골라 신는다. 당연히 꺼내진 양말은 제자리에 넣어둔다. 외출 후에 신발을 벗으려니까 엄마와 오빠가 또 엉망진창으로 벗어놓았다. 이런 걸 보면 기분이 안 좋으니, 현관 신발들을 정리하고 들어온다. 오빠가 먼저 들어가면서 엄마가 한 잔소리가 들렸다. 바로 외투를 옷걸이에 걸어 정리한다. 손을 거품으로 씻으면서 수전에 묻은 비누 거품은 양치컵에 물을 받아 씻어낸다. 내 손은 작아서 손으로 하려고 하면 잘 안되기 때문이다. 오늘 입은 옷은 엄마가 알려준 대로 빨래 바구니에 색깔별로 넣어둔다. 엄마가 화장실에서 나오고 내가 들어가려니 어른 슬리퍼가 한 짝씩 여기저기 놓여있다. “엄마, 슬리퍼가 이렇게 돼 있으면 보는 사람 기분이 안 좋겠지? 내가 이렇게 가지런히 해둘게. 이럼 어때? 기분이 좋지? 엄마 앞으로 조심해.”
둘째가 아직 6살인데도 나와 첫째한테 하는 잔소리는 누구보다 야무지다.
첫째는 정말 무신경하면서 대충 대충의 끝판왕이고 둘째는 꼼꼼함과 세심함의 끝판왕이다. 첫째를 키우다 둘째가 4, 5세 때부터 저러니 처음에는 너무 신기했다.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이러는 모습을 보고 역시 성향은 타고나는 건지, 아니면 첫째가 날 닮아 ADHD라 그런 건지.
현관이 나와 첫째가 대충 벗은 신발들로 엉망진창이면 둘째는 밤에라도 남편과 함께 현관정리를 했다. 내가 빨래를 개고 있으면 세 살 때는 어린이집에 보내기 전이라 나랑 같이 빨래를 개는 것을 좋아하던 둘째는 지금 제법 빨래를 야무지게 잘 갠다. 그래서 먼저 태어난 첫째에게도 빨래 같이 개자고 이야기하면 첫째는 속도도 느린데 아주 엉망진창으로 갠다.
근데 내가 결혼 전에 저랬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비교하는 말이 나가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다. 어릴 때 그런 말들을 들으며 겉으로는 아무 내색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자존감 형성과 불안도, 자존감에 꽤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째에게는 내가 어릴 때 어떤 도움이 전두엽 발달이나 ADHD 부분을 좀 더 보완할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을 투영하게 된다. 그렇게 아이에게 필요한 여러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내가 어릴 때는 워낙 이런 정보가 적어 우리 부모님께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셨을 것이고 맞벌이라 더 신경 쓰기 힘든 환경이었던걸 알아 원망은 없지만 내 아이에게는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싶다.
현재는 수업을 방해한다거나 친구들에게 충동적인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 하지만 나도 학창 시절 때, 겉보기에 얌전하고, 모범생이었지만 막상 수업 시간에 집중을 잘 못했고, 속으로 다른 생각을 자주 하고 은근히 산만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학업이 어려워지기 시작할 때 수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워 성적편차가 아주 심했다.
첫째를 볼 때마다 걱정스러워 학교 선생님께도 학부모 상담 때 조심스레 여쭈어보았지만, 보통의 남자아이들 정도이고 크게 눈에 띌 만큼 말씀드릴 사항은 없다고 했다. ADHD는 유전이기 때문에 언제든 학교에서의 피드백이 있으면 바로 병원에 갈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고 최대한 저런 부분의 약점이 보완할 수 있도록 스스로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도와주기 위해 엄마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찾고 있다.
매번 아이에게 잔소리할 때마다 나 땜에 그런 것 같아 스스로 찔리는 듯한 죄책감도 일부 있지만 아이는 잘 크고 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제 키우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니까. 자꾸 과거의 나와 겹쳐 보면서 자책만 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성장해 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