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스타벅스 : 익숙한 경험을 제공하라 2편
스타벅스의 익숙한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 중에 컨셉 스토어를 빼놓을 수 없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매장은 소공로에 위치한 환구단점이다. 매장의 외관 컨셉은 최대한 한국의 현지화를 살리기 위해 지붕의 컨셉을 기와로 설계하였으며 간판은 한국의 전통미를 담기 위해 나무로 제작하였다.
또한 내부는 일부 좌식으로 연출하여 우리나라가 예부터 좌식을 기본으로 한 생활을 공간 컨셉에 담고자 하였다.
사실 환구단점은 위치적, 한국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환구단은 현재는 조선호텔이 위치한 자리에 있는데, 1897년 고종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황제 즉위식을 거행하고 더 이상 조선이라는 작은 나라가 아닌 대한제국으로서 선포한 곳이기에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곳이다. 이러한 곳에 스타벅스는 무작정 매장을 입점한 것 아닌 한국스러우면서도 스타벅스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세련미를 가미하여 친숙함을 넘어 자칫 우리가 잊고 있던 한국의 자긍심을 되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매장뿐만 아니라 메뉴에서도 각 현지에 맞는 익숙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데, 작년 여름에 대만에서 만났던 '워터멜론 리치 알로에 프라푸치노'를 예를 들 수 있다. 이 메뉴는 당시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등 일부 지역에서만 판매하고 있던 음료로 슬러시로 곱게 간 수박과 크림으로 된 리치 그리고 알로에 시럽이 마지막에 깔려있어 외관적으로도 매력적이며 한눈에도 시원함을 연상시키게 하는 비주얼이었다. 날씨가 무더웠고 많은 대만 현지인들은 저 음료를 손에 들고 있어 나 또한 구매하게 되었는데 음료를 받고 빨대를 밑까지 깊숙이 꽂아 넣어 빨아들였을 때 처음 수박 맛, 리치 맛, 마지막에 상큼한 알로에 맛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기분 좋은 맛이었다.
사실 라테는 기본이고 음료에 휘핑크림을 얹어도 섞는 습관이 있는데, 좀 더 이 달콤 상큼한 맛을 본격적으로 즐기고자 습관적으로 모든 층의 재료들을 섞는 순간 최악의 색상을 볼 수 있었고 말도 안 되는 오묘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음료는 두 번 다시 손을 대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았던 음료로 알고 있는데 나와 같이 모든 맛을 섞어버리는 사람이 있기에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처럼 스타벅스는 현지의 고유의 자산을 살리면서 그것을 유지시키고 나아가 현지인들도 몰랐던 전통과 장점을 살려내기도 한다. 이는 고객들에게 친숙하면서도 조금은 새롭게 다가가고자 하는 스타벅스의 전략이라 생각된다. 더욱이 커피를 마시는 공간은 단순히 마시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닌 그 나라의 문화가 공유되는 공간이자 삶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개념을 담고자 한 것이 스타벅스만의 진정한 공간에 대한 철학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