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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덕후의 방

탄핵선고를 기다리며...

by 밍님


내 방을 갖는 게 꿈이었어요.



가난한 집의 늦둥이 막내라 결혼 전까지 작은언니나 엄마랑 방을 함께 썼어요.

드라마에 나오는 집, 가까운 친구들 집에 놀러 갔을 때 개인방이 있는 게 신기하고도 부러웠지요. 여고생인데도 작은 화장대까지 있던 아기자기한 방. 우리 집만 빼고 다들 어쩜 그리 여유 있게 넉넉하게 사는 건지...

늘 내 방, 내 책상, 내 침대가 갖고 싶었어요.

지금도 사는 게 여유롭지는 못해요
서울 외곽 구축아파트 빚도 아직 많고 빨리 갚기도 어렵지만 내 방이 있어요 :)


남편이랑 같이 쓰지만 이 방은 내 것입니다. 이방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증명해주고 있어요. 여긴 덕후의 방이라고 ㅋㅋㅋ

그제 청소하다가 새삼 내 방이 생긴 것이 뿌듯하여 사진 찍어보았습니다.

각종 만화책, 소설책, 타자기, 인형, 워크맨, 카세트테이프 등등 좋아하는 것들이 침대 옆에♡

저가 패밀리침대에서 아이와 함께 잤었는데 작년 5월 꼬맹이 잠자리 독립시키면서 큰맘 먹고 비싼 침대도 사고 좋아하는 물건들을 놓아둘 책장도 마련하였습니다. 아르바이트해서 티끌 모은 돈으로!



생일 선물로 삼탠바이미(스탠바이미 짝퉁) 43인치를 받아서 포근한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도 맘껏 볼 수 있어요.

침대에 앉아 책 읽는 시간이 제일 행복합니다 :) 이 정도면 어릴 때의 꿈을 이룬 거 같아요.


은행과 함께 소유한 집이라 대출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지만 소소한 일에 행복을 느끼며 마음만은 부자로 살고 있는 아줌마의 자유로운 일상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만장일치로 탄핵 인용되길 바랍니다. 탄핵 후에도 힘든 일들이 많겠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단단한 사람들이 지난 몇 달간 힘을 합쳐왔던 것처럼 함께 마음을 모은다면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을 짓밟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탐하는 사람보다 내가 가진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고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 결국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고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확인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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