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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부록
세 자매 이야기
나의 첫 동화책 코코아저씨
by
밍님
May 5. 2024
늦둥이 막내인 나는
갖
고 싶은 게 많고 넉살
좋은
어린이였지만
크면서는
집안형편 때문에
늘
주눅 들어있었다.
가난한 삶에서도 나는 혜택을 제일 많이 받고 자
란
편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더 더 살기 어려워서 매일 끼니는 고추장이나 간장에 비벼 먹었는데
그나마 쌀이 있는 날이어야 비벼 먹지 수제비로 끼니를 때운 적이 더 많았다고 했다.
어린 언니들도 매운 고추장에 맨밥 비벼먹
고
자랐는데 늦둥이 막내인 내가 태어나고서는
살림살이가 아주 조금 나아져서 엄마는 어린 나의 밥반찬으로 무려 체다 치즈를 잘게 찢어
올려주셨던 적도 있다고 했다.
나는 밥 위에 작은 치즈 조각을 반찬삼아 먹기도 했고
당시 '키 크고 우유'라는 광고를 했던 서울우유를 자주 마셨다.
(그 덕분인지 나는 우리 셋 중에 제일 크고 평균적으로도 큰 키를 가졌다.)
언니들이 보기에 막내 아기의 삶은 얼마나 윤택
한
가.
언니들은 막내가 치즈에 질려 그만 먹기를 바라면서 내가 밥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한다.
애기 거야! 하면서 엄마가 쉽게 내어주지 않았던 치즈가 너무 먹고 싶어서...
그래도 언니들은 나를 너무 예뻐해 줬다.
언니들은
나를 위해 동화책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내용은 전혀 생각 안 나지만 '코코 아저씨'라는
이름의 책은 언니들이 직접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 제법 책처럼 만들어준 나만의 첫 동화책이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선물 받을만한 날들에 번듯한 선물 하나 받기 어려운 막내가 안타까웠을지도 모른다.
막내만큼은 선물 받아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나의 자매들
의
정성에 나는 아직도
코가 큰 동그란 얼굴 그림이 있는 하얀 스케치북 책을 기억한다.
오늘도 우리 언니들은 나의 아이들의 어린이날 선물을 살뜰히 챙겨서 그 옛날 코코아저씨를 생각나게 한다.
언니들에게 나는 불혹이 넘었어도 챙겨줄게 많은 아직 어린 막냇동생이다.
내가 좋아하는 딸기를 아이들에게만 주는 게 안타까워 놀러 가면 나만 먹으라고 따로 딸기를 챙겨주는
언니들의 내리사랑에 나는 살짝 어리광을 부려본다.
언니! 유로빵집에 치즈바게트도 먹고 싶어.
#유로빵집
#치즈바게트
#효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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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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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타자기와 아날로그 음악듣기를 좋아하고 타자기로 글을 쓰며 작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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