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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님 Jul 24. 2024

우리의 여행은 안드로메다로

걱정 말아요 그대

안드로메다 - 심형섭 작가님의 사진 입니다.


(사진 출처 -  https://naver.me/GWeZpcd7)


결혼 17년 차

신혼여행 이후 국제선을 타 본 적이 없.


더빙, 믹싱, 끝없는 수정작업 등등 녹음실에 다니던 남편의 일 때문에 자리 비우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들어오는 작업들 때문에 남들처럼 몇 달 뒤 휴가 날짜를 잡아두고 미리 저렴하게 예약할 수가 없는 이유도 있었다.


' 다음 주에  쉰다!'라고 갑자기 얘기하면 좋은 곳은 예약이 끝난 상황이고 내 직장은 순번을 정해서 미리 휴가를 정했던 곳이라 남편과 일정이 다른 적도 있어서 대충 가까운 바닷가를 짧게 다녀오는 것으로 아쉬운 여름휴가를 보냈던 적이 대부분이었다. 서로 휴가 날짜를 맞출 수 있던 어느 여름에 제주도에 갔을 때 얼마나 즐거웠던지!


우리의 첫 아이가 태어나던 해 남편이 1인 녹음실을 개업했다.  일이 없어도 마음은 너무  바빴고 서로 정신없이 살았기 때문에 우리에게 휴가는 사치였다.


아이의 두 돌 즈음과 세 살 생일을 기념하며 셋이 제주도에 갔을 때에도 남편은 수정작업이 들어오면 카페에 들어가 노트북으로 작업을 해야 했다. 그때마다 나와 아이는 근처를 산책하며 기다렸다. 셋이 같이 온전히 놀 수 있는 시간을..


둘째가 태어나고 코로나를 지나 사람들이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자 이제는 우리도 아이들과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혼자 일하는 남편은 혹시 모를 수정작업이나 갑자기 들어오는 일 때문에 해외여행을 부담스러워했었다. 그 마음을 나는 충분히 이해했다. 그래도 내년에는 첫째가 5학년이 되니까 올해는 꼭 아이들과 한 번 리조트에서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도 사무실을 며칠 비울 마음을 먹고 여행상품을 예약했던 것이다.


사실 예약 하자마자 '8월은 우기라서 비가 자주 내린다더라, 지금 금액도 애매해 중에 더 좋은 핫딜 나오면 갈까? 취소할까?' 라며 고민하기도 했었는데 지난 6월 나의 갑작스러운 입원 때문에 제주도 여행을 며칠 앞두고 취소해야 했던 게 미안해서 이번에는 꼭 가자!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매사이트 정산 지연에 따른 후폭풍으로  우리의 여행은 기약이 없게 되었다. 일시불로 결제한 카드값은 취소도 환불도 약속받을 수 없는 상황....


판매사이트도 여행사도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카드회사에서는 지급정지를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이의신청만 받는다고 했다. 이의신청은 1~2주 이상 걸릴 예정인데 그 사이에 카드값은 빠져나갈 테고 판매사이트에선 과연 계좌환불을 해줄까?


걱정이 있으면 밤에 잠을 잘 못 자는 남편은 어젯밤도 속상해서 잠을 자지 못했다.


우리의 선택은 잘못이 없다고, 혹시 카드 취소가 안되어 우리의 돈이 안드로메다로 떠나도 너무 상심 말고 빨리 떨쳐버리자고, 잠 못 자는 거 보는 게 더 속상하다고 했더니 눈이 빨개지는 남편 ㅜㅜ


작은 기쁨과 행복이 쌓이면 큰 시련도 이겨낼 수 있는 법이다.


오늘 나는 오전부터  브런치스토리 메인에 글이 올려져 있어서 다른 날보다 글 조회수가 높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펀자이씨툰' 작가님이 나를 구독해 주셨고! 내 스토리 링크를 인스타에도 올려주셨다. 응원받고 위로받으면서 속상함과 돈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씩 깎여나가는 걸 느낀다.


아이들이 맛있게 과일을 먹는 모습이 나를 기쁘게 한다.


엄마 뭉게구름이야!

내 방에 구름이 예뻐! 하며 나를 잡아 끄는 모습에 여행에 대한 속상함이 또 조금 줄었다.



오늘 아빠가 조금 속상한 일이 있었어 미리 귀띔해주니 아이들이 방에서 써온 편지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


용돈까지!


아직 돈 액수를 잘 모르는 둘째가 할머니에게 받은 5만 원을 편지 옆에 둔다. 누나가 편지 옆에 돈을 둔 걸 따라한 것이다. 누나보다 더 많은 돈이라고 했더니 뿌듯한 미소까지 보여준다.


남편의 꼬깃해진 마음이 아이들의 편지로 다림질하듯 쭉쭉 펴졌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 첫 해외여행 계획은 안드로메다로 갔지만 서로 보듬어주는 이 순간 우리의 마음은 여행사 사진 속 사이판 바다 보다 더 예쁜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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