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개미 Sep 13. 2020

변신하는 병신

언젠간 짠! 멋있어질 줄 알았지


여러분들은 그런 만화를 본 것이 있는가?

찌질한 만화 주인공이 만화 후반이 될 수록 점점 업그레이드 되면서

멋있게 변하는 모습을!


아님 진짜 공부만 열심히하는 안경쓰고 잘 꾸미지 않은 친구가

성공하고 나서 안경을 벗고 갑자기 멋지게 등장하는 씬을!

‘어멋 너 누구야?’

‘나 그때 찌질했던 누구누구야’

‘멋있어졌구나!’

‘난 성공했어~ ’ 블라 블라


(이런 대화정도 오갈 줄을 상상하며)


어릴 때부터 이런 만화의 시놉시스를 보고 자라서 그런지 나는 로망이 하나 있었다.

나도 그런 만화 주인공들처럼 초반에는 자신의 모습을 가꾸지 않고 내 능력을 키워서

어느 순간 레벨업이 되어 지적인 모습과 외적인 모습도 아름다워 지리라고!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찌질하고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캐릭터 설정하고

성공했을 때 예뻐지고 멋져지는 것을 인생 계획? 아닌 계획을 세웠었다.


그래서 반 친구들이 화장하고 외모에 관심이 있을 때 나는 무조건 내 능력에 키우고자

외모 외적인 것에 집중을 했다.

그때 당시 성공의 기준은 아마 대학교 때였던 것 같은데



‘아뿔싸’ 문제는 이것이다. 막상 대학을 가니, 난 나 자신을 잘 꾸미지 못했다.

꾸며본 사람이 꾸밀 수 있다고 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렇게 ‘성공의 시기’를 취업 후로 미뤘다.

‘아뿔싸’ 막상 취업을 하니 또 나를 잘 못 꾸미겠더라.

어떤 브랜드가 나한테 어울리는 옷인지, 어떤게 나에게 어울리는 화장법인지

결국 난 심플한 옷과 옅은 화장을 하고 다니긴 한다.

그게 내게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어떤 게 어울릴 줄 알 것 같긴 한데...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고가였다.

돈도 써본 사람이 써본다고 옷이나 뷰티엔 돈을 일절 안 쓴다.)


회사 생활하니 문제가 생겼다. 편한 대로만 입으니 전문적여 보이지 않고 어려보인 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표님은 나에게 조언해줬다.

“그러면 안되는데 사람은 보이는 대로 판단되게 되어요. 그래서 옷이 참 중요하죠. 대한민국에선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이 말을 들은 날은 사실 황당하였었다. 제대로 꾸미고 다니라는 말을 돌려서 말한 것이겠지...?

'그래.... 무시 안 받기 위해서라도, 전문적여 보이기 위해서라도 날 꾸며야겠다’라고 마음은 먹었지만 사실 또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분명 성공하고부터 꾸미기로 다짐했던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하면 ‘성공’의 기준을 잘 못 세운 것 같다.

내가 상상한 만화의 시놉시스처럼


‘어멋! 너 많이 예뻐졌다!’

‘(그때의 내가 아니야. 난 성공했어)훗’


근데 또 만화처럼 그렇게 쉽사리 ‘성공’하는 시기도 안 오는구나.


그런 시기는 딱 정해져서 오질 않을 뿐더러.

그럼 난 영영 나 자신을 못 꾸밀 것 같다.


그래서 이제 서른이 된 시점에 나에게 어울리는 것과 좋아하는 브랜드를 좀 더 찾아보려고 한다.


가을이 오고 날씨가 선선해지니 갑자기 명품 가방과 시계를 사고 싶다.

그래서 여러 가지 검색하지만 하나의 난관이 찾아온다.


유명한 해외 명품 브랜드를 구매할지 (예쁘진 않고 무난)

이름 모를 국내 브랜드이지만 내 눈에 예뻐 보이는 것으로 구매할지 (이름도 유명하진 않지만 해외 명품과 비슷한 가격)


또 난 이렇게 머리가 복잡해져서 쇼핑을 포기하게 된다.

꾸미고 싶지만 꾸미긴 귀찮은 이런 나의 마음


병신.... 머저리..... 귀차니즘 덩어리!!

도대체 변신은 언제 할 건데!

할 마음은 있고?


쇼핑 구경을 위해 봄 뜨거워진 핸드폰을 땅에 던져버리고 날씨도 좋고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요가 매트로 들어가 요가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사마스티티 (요가 마지막에 편안한 호흡과 편안한 자세, 송장자세) 하면서 맑은 가을 하늘을 보니


‘이 모든 것은 인간사 다 쓸데없는 것이요~’

갑자기 난 도인이 되었다.



그래서 내일 출근할 때 뭐 입을 건데?????


‘없습니다.... 나마스떼’



오늘도 내일도 용기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되어요.

@mingaemi_b

작가의 이전글 스타벅스 머그컵과 에그드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