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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개미 Sep 13. 2020

스타벅스 머그컵과 에그드랍

월 130만 원 시절, 법카로 얻은 스타벅스 머그컵

"갱얼G 법카 줄게 커피 사 와 나는 아아 다른 분들에게도 물어보고 다같이 사와"

"넵!"



법카를 써도 나는 먹고픈 것 먹어도 되나 벌벌 떨던 시절이 있었다.

평일엔 커피를 못 먹어서 참 이럴 때마다 난감하다.

어떻게 된 게 음료가 커피보다 비싼 것인지.


다른 분들은 아아를 요청할 때 나는 자몽 허니 블랙티?를 주문했었다.

사원자부랭이 주제에....

주문하려 법카를 내밀자 점원이 나에게


"500원만 구매하심 스타벅스 머그컵을 드려요!"

나는 심히 고민했다.

법카로 구매한 커피들에 대한 이벤트 컵은 내가 가져도 되는 건가

그렇기에 500원만 넘으면 물건이 하나 더 온다는 사실에 고민 고민

법카이기도 해서 나는 윗 상사였던 대리님께 연락했다.


"대리님, 500원만 넘음 스타벅스 머그컵을 주는데 뭐 빵이라도 사서 머그컵 받아가도 괜찮을까요?"


아니... 그걸 전화해서 물어보다니... 일일이 지금 생각해보면

휴..... 너무 솔직했구나 싶다.


머그컵을 그렇게 받고 대리님께 드릴려니

(사실 그때마음은 '그냥 저 가지라고 하세요!!!!')

"그냥 너 가져."


(휴.., 안도했다.)


그렇게 그 머그컵은 내 자취방에 유일한 사치스러운 머그컵이 되었고 종종 물 마실 때 유용하게 사용했다.

용량도 커서 좋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머그컵을 볼 때마다 그때가 떠오른다.

이거 하나 받겠다고 전전긍긍하고 하나하나 다 보고하고 물어봤던 그 시절


오늘은 친구가 집에 두고 간 드립 커피를 분위기 있게 선데이 모닝을 맞이하고 싶었다.

커피를 안 마시니 드리퍼가 따로 없어 망 국자에 뜨거운 물을 넣고 커피를 내리니 흡사 이건 '사약'


이 커피와 같이 먹기 위해서 집 근처에서 빵을 살려고 나갈랬는데

마침 빵집 옆 '에그드랍'이라는 브랜드를 발견했다.

직장동료들이 찬양했던 토스트집.

무언가 이끌리듯 매장에 들어가 '아메리카 베이컨 치즈 토스트'를 구입했다.

유튜브로 남산을 보는 중

에그 드랍 근처에 사는 사람들을 드랍세권이랬나?


처음으로 에그 드랍을 먹어본다.

에그 드랍을 먹으면서 드립 커피를 마시니 갑자기 품격 있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 된 느낌이다.


법카로 커피 구매할 때 받은 이벤트 스타벅스 커피 머그잔을 보니 또 그때가 생각난다.


단순한 물체(건)에도 사연이 있다.



오늘도 내일도 용기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되어요.

@mingaemi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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