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을 Oct 24. 2022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까지 어른들이 나에게 ‘너는 꿈이 뭐니?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라고 물으면, 나는 ‘아줌마요. 저는 아기 엄마가 되고 싶어요’라고 대답하고는 했다. 이건 진짜다. 진짜 내 마음. 어른들을 당황하게 만들려고 하거나, 웃기려고 한 말이 결코 아니다. 한 번은 엄마가 옆에서 그 말을 듣고는 집에 오는 길에 내 옆구리를 꾹 찌르면서 ‘엄마는 그냥 누구나 다 되는 거야. 그러니 그건 꿈이 될 수 없어. 지금부터는 누가 너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그냥 판검사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말해’ 나는 엄마에게 다시 물었다. ‘판검사가 뭔데? 뭐 하는 사람인데?’ 엄마는 ‘그냥 그렇게 말해. 그러면 돼’ 판검사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왜 판검사가 되고 싶다고 말해야 하지? 평소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나에게 항상 말했으면서 엄마는 왜 나에게 거짓말을 하라는 걸까? 난 소꿉놀이도 좋아하고, 인형놀이도 좋아하고, 평소 엄마가 하는 집안일도 모두 다 재미있어만 보이는데, 그래서 진짜로 엄마가 되고 싶은 건데, 그러면 안 되는 건가? 내가 엄마가 되면 엄마가 창피한 일인 건가? 왜지? 그리고 판검사가 되어야 내가 행복해지는 걸까?


이 말만 들으면 지금의 내 모습을 상상할 때, 살림도 잘하고, 요리도 잘하고, 아이도 잘 보살피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난 살림도 못하고, 요리도 못한다. 못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일들을 그리 썩 좋아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내가 그렇게도 재미있어 보였던, 설거지, 청소, 빨래, 식사 준비, 그리고 육아 등등은 소꿉놀이나 인형놀이처럼 마냥 재미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니, 아예 차원이 달랐다. 


나는 나에게 했던 어른들의 그 질문부터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꿈이 아니라 직업에 대해서 물어 봤어야 한다. 하지만, 분명히 직업을 물어본 것이 아니라, 꿈을 물어본 것이므로 그 당시에 내가 한 대답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내 대답은 창피하거나 부끄러운 대답이 아니다. 오히려 엄마가 틀린 것이다. 질문을 이해 못 한 것은 내가 아니라 엄마였고, 나는 정확하게 질문에 맞는 대답을 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분명 ‘직업’이 ‘꿈’이 되기도 한다. ‘직업’이 ‘꿈’이 되어도 물론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거기서 끝이 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대통령이 되는 것이 꿈이라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대통령’이 될 것인지‘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꿈이 되어야 한다. 나는 꿈을 이루는 것보다 그 꿈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더 중요한 것 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보다는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꿈을 완성하기 위해 계속, 계속, 계속, 계속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나는 지금 우리 아이들의 ‘엄마’이므로, 어릴 적 희망하던 내 꿈은 이미 이루어졌다. 고로 나는 어릴 적 꿈을 이룬 사람이다. 어릴 적 꿈을 이룬 나에게 지금의 꿈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여전히 ‘엄마’라고 대답한다. 지금의 내 꿈은 좋은 엄마,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완벽한 엄마, 완벽한 부모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살림도 요리도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것이 좋은 엄마가 꼭 갖추어야만 하는 필수 요소 중 하나는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내가 엄마로서 자격 미달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직접 해주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다. 단순히 육아, 설거지, 청소 등의 업무는 지금도 여전히 하기 싫은 일이지만, 우리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하기 싫은 일임에도 기꺼이 하고 있다. 나는 요리는 못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나는 항상 우리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 어떤 것도 내 인생에서 이보다 우선순위가 될 수는 없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나는 내 꿈을 또 한 번 이루고, 또 이 꿈을 완성 시키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적성과 전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