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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Oct 24. 2022

동물실험연구원의 윤리적딜레마

누가 나에게 ‘당신의 전공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면, 난 항상 바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그리고는 이내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실험동물’입니다. 


수의과대학 학생들도 그리고 지금 우리 학과 학생들도 가장 힘들어하는 수업 시간이 안타깝게도 내가 맡고 있는 ‘실험동물 실습’ 시간이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나도 그렇다. 나도 여전히 실험동물 실습은 매번 힘들다. 이 일을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나 지났지만, 도무지 괜찮아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동물실험’을 하는 연구원들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과 편견이다. ‘동물실험’을 하는 이들을 동물 학대범과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상당히 많다. 


COVID-19는 2019년 12월에 중국 우한시에서 처음 발생한 뒤, 중국 전역과 전 세계로 확산된 호흡기 감염질환이다. 나를 포함해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일상을 빼앗긴 전 세계 사람들은 하루빨리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기만을 희망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는 과정에 대해서 잘 모를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의 경우,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유효성과 안전성을 실험하기 위해 실험동물을 이용한 비임상시험인 동물실험을 거쳐야만 한다. 새로운 병원체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 되었을 때, 사람에서 나타나는 임상증상과 동일하게 발현되는 동물모델을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감염 시 체온 상승 및 바이러스 배출 확인, 동거 동물로의 전파 가능성 등이 확인되어야만 동물모델로서의 사용이 가능하다. 적합한 동물모델을 찾으면 그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그 동물모델을 이용하여 백신후보주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실험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정말 수많은 실험동물들이 희생된다. 


나 또한 하루빨리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희망했었지만, 개발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마음 한편에는 답답함이 가득해지면서 무거워져만 갔다. 역시나 그 당시에 여러 기관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는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대한 동물실험을 하기 위한 많은 연구자들의 ‘동물실험계획서’가 하나, 둘 접수되기 시작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또 얼마나 많은 실험동물들이 희생될까? 그리고 그 일을 직접 해야 하는 동물실험연구원들은 또 얼마나 힘든 시간들을 보내게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험동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만, 정작 동물실험을 하는 연구원의 마음 즉, 그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동물실험을 할 때에는 대체(Replacement), 감소(Reduntion), 개선(Refinement)을 의미하는 실험동물의 복지 3R을 준수하여야 한다. 동물실험으로 희생되고 있는 실험동물도 소중한 생명체이기에 불필요한 동물실험은 줄이고, 실험에 필요한 최소한의 동물 수를 이용하여(Reduction), 실험동물들이 최대한 안락하면서 고통스럽지 않게 생활 할 수 있도록(Refinement) 노력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노력은 실험동물의 복지뿐만 아니라, 재현성 있으면서 정확한 실험 결과도 얻을 수 있어 결국 우리나라 과학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동물실험은 정말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실험동물 복지인 3R이 실현 될 수가 있다. 동물에 아무 감정이 없는 사람들이나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동물실험을 했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또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실험법들도 개발이 되어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과학기술 수준에서는 실험동물을 이용한 동물실험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실험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물실험 과정은 적어도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한해서는 꼭 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 인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동물실험연구원들에 대해서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그 중요한 일을 우리 모두를 대신해서 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동물실험연구원들 중에는 동물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며, 동물을 사랑하는 그 마음으로 인해, 그들은 동물실험 중에 실험동물의 통증과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실험동물 복지인 3R을 실천하기 위해 오늘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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