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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올 Apr 29. 2020

[수플레 특집호] 작가들의 봄 플레이리스트  

'봄' 하면 생각나는 노래는?

 안녕하세요. 읽고 쓰는 라디오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 수플레'의 JUDY입니다. 올 한 해에 수요일이 다섯 번 들어있는 달이 딱 4달 있더라고요 4, 7, 9 그리고 11월. 저희 네 명의 작가들이 아이디어를 냈어요. 마침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 다섯 번째 수요일에는 특집호를 써내 보자고요. 그래서 이 4월의 마지막 주 수요일! 작가들의 봄바람 휘날리는 곡들을 담아 왔습니다.



CORE SAYs.
"그러나 어떻게 사람에게, 사랑에게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있나."  

https://youtu.be/5saYx4ipgRY

십센치 / 10cm - 봄이 좋냐?? (2018 올해도 글렀나봄) live

10cm_ 봄이 좋냐?

코로나가 봄 나들이까지 막아섰다. 각 지자체는 크고 작은 꽃 축제들을 전면 금지했고 한강 공원의 주차장도 꽤 오래간 폐쇄 했으며 심지어 어디에선 유채꽃밭을 통째로 갈아엎기도 했다. 그것도 아주 푸르고 싱싱한, 절정기의 꽃들을 말이다. (정말 인간은 지들 밖에 모르고 심지어 잔인하기까지 하다.) 꽃놀이를 갈 일 없는 나는 이 세태를 보고 아주 복잡한 마음이 됐다. 꽃을 꺾어다 귀에다 꽂고 사진이나 백 장 찍는 커플들을 마주할 일 없으니 풍악을 울려야 할지, 아니면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일 년의 기다림이 어이없게 무너져 내린 것에 통탄해야 할지. 전자에 마음이 기우는 것을 보니 나 외로운 거 맞구나 싶다. 한편, 소개팅에서 매번 헛다리를 짚고 있는 내게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에게 기대를 하면 안 돼. 억지로 부풀린 건 결국 쪼그라들기 마련이라고. 그는 '쪼그라든'에 유독 힘주어 말하며 예상과는 너무 다른 자신의 연애에 관한 한탄을 곁들였다. 나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어떻게 사람에게, 사랑에게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있나. 마스크 위로 넘나드는 연인들의 눈맞춤만 봐도 가슴이 뛰는 이 시국에. 꽃잎과 봄바람과 햇살이 합심해서 겨드랑이를 간질이는 이 찬란한 봄에. 젠장, 나는 봄이 좋다.




영훈 SAYs.
"봄만 되면 네 생각이 나...☆"

https://youtu.be/QLmOezNMPnY

[MV] John Park(존박) _ Thought Of You(네 생각)

존박_네 생각

봄 하면 떠오르는 노래. 저는 존박의 네 생각이요. 요즘 집에서 봄 느낌 내고 싶을 때 유튜브에서 존박의 사랑 노래 모음집을 듣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4월의 주말 아침, 일어나서 창문 열고 청소하고 화분에 물 주고 동네 산책하면서 봄바람 가득 느끼고 있는 듯한 느낌의 노래랄까요. 봄이 주는 싱그러운 설렘을 잘 표현한 곡이라 느껴요. 재지하고 고급 진 목소리의 소유자 존박. 봄만 되면 네 생각이 나...☆




BONNIE SAYs.
"해가 내려앉아 어둠이 찾아온 봄은 여전히 쌀쌀하기 때문입니다"

https://youtu.be/ZYZVPrEC0ZU

Peder Elias(페더 엘리아스) - Bonfire • 노래 가사 해석

Bonfire_Peder Elias
날씨가 따뜻해지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다시 캠핑을 갈 수 있는 날씨가 되었구나’입니다. 진정한 캠핑의 고수들은 캠핑의 꽃이 겨울 캠핑이라고 하시지만 추운 걸 못 견뎌하는 저에게 겨울 캠핑은 타닥타닥 타는 모닥불의 아름다움 보다도 빨리 침낭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는 고난의 과정이에요. 그럼에도 여름 캠핑보다 봄 캠핑이 더 기대되는 건 해가 내려앉아 어둠이 찾아온 봄은 여전히 쌀쌀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아이러니하지만 사실 캠핑의 매력은 쌀쌀한 날씨에 두텁게 옷을 껴입고 모여 앉아 주로 따뜻한 요리들을 해 먹으며 불멍을 하는 시간들에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너무 못 견디게 춥지 않은 봄의 캠핑이 저는 좋아요.
이 노래의 설레는 멜로디도 봄을 떠올리게 하지만 가사 역시 봄 캠핑의 설레는 순간이 떠올라 미소 짓게 합니다. 부모님 몰래 챙겨 온 술병들을 가지고 모닥불 근처에 둘러앉은 스무 살 동갑내기 친구들이 오래된 노래를 듣고 분위기에 취하고 아무렇게나 누운 채 달을 보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면, 지금이 봄이 아니더라도 그 노래를 듣는 순간은 마치 봄처럼 설레요.
지난겨울 우리를 움츠러들게 만든 건 비단 추위만이 아니었습니다. 서로를 의심하게 하고 멀찌감치 거리를 두게 하고 강박적으로 닿기를 꺼렸던 그 몹쓸 무언가가 우리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어요. 봄이 오기 전엔 이 고통이 끝났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뇌었는데 봄이 찾아옴과 동시에 서서히 좋아지는 것 같아요. 비록 벚꽃이 한바탕 쏟아지는 계절은 움츠러든 채 지났지만 다가오는 푸른 계절들에는 모두가 움츠러들지 않고 모닥불에 모여 앉아 마음껏 취하고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JUDY SAYs.
"따뜻함도 있지만 꽃샘추위도 있는 계절이 바로 봄이잖아요"

https://youtu.be/ouR4nn1G9r4

[MV] HIGH4, IU(하이포, 아이유) _ Not Spring, Love, or Cherry Blossoms(봄,사랑,벚꽃 말고)

HIGH4 (하이포), 아이유_ 사랑 벚꽃 말고

여러분들은 봄 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으신가요? 솔직하게 저에게는 '이건 무조건 봄에 들어야 노래야'와 같은 건 없어요. 기준에 따라 여러 곡이 될 수도 있고요. 그때그때 좋아하는 노래들 그리고 의미 있는 노래들로 그 해의 봄을 채우곤 합니다. 그래서 수플레에 봄에 관한 어떤 노래를 소개할까 했을 때 맨 처음 떠올랐던 곡은 봄 사랑 벚꽃 말고 였습니다. 봄은 왜 항상 따뜻해야 하나요. 봄에는 왜 꼭 사랑을 시작해야 하나요. 봄에는 왜 벚꽃을 먼저 떠올려야 하나요. 돌이켜보면 그리 따뜻하지 않았던 봄도 사실 많잖아요. 따뜻함도 있지만 꽃샘추위도 있는 계절이 바로 봄이잖아요. 우리에게 봄은 사랑 아니고도 벚꽃 아니고도 의미 있는 계절이니까요. 오히려 저는 봄에 좀 나태해지는 것 같아요. 이것저것 한다고 지나 보내면 짧디 짧은 이 봄이 왔다 갔는지도 모를 테니까요. 여러분의 봄은 어떠한가요?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네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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