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0 Ed sheeran_photograph
저에게 대략 6월 29일부터 7월 5일 사이는 '여름휴가'의 기간입니다. 작년 연말에 꿈꾸던 저의 7월 첫 주는 분명 어디론가 떠나 있는 거였어요. 올해는 어디를 갈까, 혹시 휴가를 낼 수 없어도. 휴가를 낼 수 없는 이유는 어디론가 떠나야 하기 때문이었기에. 그 장소를 이동하는 곳에서 잠깐이라도 내게 휴가를 주자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애드 시런(Ed sheeran)의 팬입니다. 그의 음악들을 정말 좋아해요. 이렇다 할 노래 취향이 튀지 않는 저의 플레이리스트는 어느 순간 잡식형이 되어버리곤 하는데요. 그래서 보통날의 플레이 리스트는 다양한 가수들의 노래들이 들어있지만요. 애드 시런은 가끔 그의 노래 수십 곡으로만 플레이리스트를 채워도 그 시간들이 아깝지 않게 해주는 가수입니다. 그런 애드 시런에게 입문하게 해 준 노래가 바로 이 photograph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손꼽을 수 있는 곡이에요. 수플레를 시작할 때부터 언젠가 꼭 들고 와야지 라고 생각했던 첫 곡이기도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1CNgtIEN80
저는 이 노래를 영화 <Me before you>에서 처음 들었어요. 재작년 6월, 파리로 떠나기 2주 전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고 감명 깊어서 이 영화에 들어간 애드 시런의 노래들을 한동안 즐겨 들었습니다. 지금도 제가 손에 꼽는 사랑 영화 미 비포 유. 이 영화를 두고 사람의 안락사를 옹호하는 영화라며 비판이 일었지만, 저는 결국 죽음을 선택한 주인공이 너무도 이해되었어요. 안락사를 찬성하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는 심장이 육체적으로 뛰지 않는 것만 죽음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아무튼 이런 생각도 하게 해 주고 '사랑'의 순기능에 대한 것도 느낄 수 있어서 저에게는 손꼽는 인생영화기도 합니다.
아무튼 photograph는 이렇게 제가 어디론가 훌쩍 떠나거나, 일상을 잠시 잊고 잠시 저에게 집중할 때 등장하는 인생의 BGM이 되었어요. 특히 좌석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며 비행기에서 이륙할 때는 거의 90%의 확률로 선택되는 노래입니다.
Loving can hurt
사랑은 상처를 줄 수 있어
Loving can hurt sometimes
사랑은 때론 상처를 줄 수 있지만
But it's the only thing that I know
그게 내가 아는 유일한 거야
Summer magic, 나의 7월 이야기
2009년부터 던가 나는 summer magic이라는 말을 처음 쓰기 시작했다. 계기는 단순했고, 의도는 좀 맹목적이었다. 생일을 핑계로 그냥 평소보다 더 즐거워야만 해! 라는 한 주를 설정해 두는 것이 목표였다. 항상 머릿속에 갖가지 생각을 달고 사는 나에게는 즐거움과 편안함이 항상 중요했다. 그렇기에 내가 정한 이 한 주는 나의 심신이 좀 즐거울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어가 있는 문구였고. 마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설레는 사람처럼 내게는 일 년 중에 가장 기다려지는 시기랄까. 생일은 사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꼭 거창해야 한다거나, 꼭 이렇게 특별하게 보내야 한다는 게 바래진다. 무언가를 해야 하고, 거창한 파티를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무조건 당일에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도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이 주간은 점점 특별함을 갖게 된다.
.
.
.
그렇게 매년 돌아오는 이 한 주는 summer magic이라는 문구를 일부러 들먹이며 괜히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으나 그저 그렇게 흘러가다
2016. 6월 29일 파리에 갔다. 첫 해외여행이었고, 지금도 이렇게 종종 파리파리 하는 이유는 그게 대단해서가 아니라 이 여행이 내게 갖는 의미가 컸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목적에 맞는 두드러진 실천을 해본 적이 없다면 파리는 그 시작이었다. 들여다보기 시작한 첫 시도였다.
2017. 첫 입사 교육을 했다. 태어나 정식으로 어딘가에 입사했다는 것이 마냥 감격스러웠던 시기였다. 특별한 것을 할 수 없었지만 오히려 그 하루하루가 특별했다고 여겼다. 생각지도 못한 같은 반 강사님들과 친구들과의 소박한 축하는 지금도 무척 기억에 남는다. 아마 오래도록 기억앨범에 가지고 갈 순간이다.
2018. 엄마와 여행을 떠났다. 엄마의 첫 해외여행이었고, 나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선물한 엄마에게 나 역시 새로운 세상을 선물하고 싶었다. 나의 미래에 아낌없이 투자해준 엄마에게 이번에는 내가 똑같은 선물해보자 싶었다. 박웅현 크리에이터의 저서 <여덟단어>를 읽어보면 집에 돌아가 캐논의 가야금 버전을 트니 그 소리를 들은 설거지를 하던 아내가 수도꼭지를 탁 하고 잠구더니 이내 거실로 와서 가족 모두가 함께 그 한 곡에 심취했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며 죽을때 까지 가져갈 삶의 진주알 같은 순간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나 역시 그런 시간을 보냈다.
2019. 로마로 떠났다. 아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4일. 오며 가며 비행기 시간이 있어서 2박 4일의 짧은 스케줄이었지만 여행이 즐거웠다기보다는 매년 나의 시기를 정하고, 나를 위해 움직이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마음에 품은 채 어디론가 직접 이동하는 패턴이 즐거웠다. 항상 한 해를 돌아보면 좋은 날만 있지는 않았지만, 항상 이 시기는 즐거움과 행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그 자체가 좋았다.
2020. 코로나로 인해 일전의 계획은 취소 되었지만, 마음만큼은 작년과 별반 다르지 않게 보내고 싶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곱씹어 보내고 있다. 비록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등록하고 싶은 운동 센터가 이틀째 연락을 받지 않고, 뜬금없이 핸드폰 전원이 나가서 10분 동안 말을 듣지 않는 오늘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라도.
곱씹어보면 나에게 특별한 7월의 역사는, 정말 7월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내가 오랜 시간 그 7월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정말 그렇다. 나는 오랜 시간 꾸준히 일 년 중 가장 기대되는 순간을 정해두고, 심지어 비록 내 의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더라도 개의치 않고 넘어가려 노력도 했다.
몇 년전의 나는 노홍철의 명언(?)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거야'의 안티였다. 웃을 수도 없이 힘든 사람들한테 웃으면 행복하다는 말이 나오니? 라며 말이다. 그러나 이 글을 쓰고 생각해보니 이제는 '웃어서 행복한거야'라는 말의 안티로 남는 것을 취소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네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구독과 공감, 댓글을 더 좋은 매거진을 위한 원동력이 됩니다. 매주 수요일 '수플레'를 기다려주세요! (비슷한 감성의 음악 공유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