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지 못했던 개구리, 잘 가

아껴주지 못해 미안해

by 길치

1년 전, 딱 이맘때였다.

여름이 시작되던 어느 날, 아이의 노트북 수리를 맡기고 기다리며 커피숍에서 한가한 시간을 즐기려는데, 끈질기게 오는 개구리를 사달란 아이의 카톡에 진땀이 났던 기억이 난다.


이번엔 개구리야?

참 갖고 싶은 것도 많다. 이미 반려견과 반려묘가 있음에도 또 반려동물이라니...

케어는 또 내 몫이 될 텐데, 그리고 개구리를 키우게 되면 같이 키워야 하는(?) 귀뚜라미의 존재도 충분히 거절할 이유가 되었지만, 아이는 너무나 개구리를 키우고 싶어 하였다.


열 번 찍으면 다섯 번쯤 넘어가는 마음 약한 나이지만 개구리만큼은 안 된다며 힘든 거절을 했건만, 열 번 찍으면 아홉 번쯤 넘어가는 외할머니를 꼬셔 비싼 개구리는 결국 우리 식구가 되었다.


자기 방에서 키우고 청소도, 귀뚜라미 관리도 다 본인이 하겠다며, 아이의 최고 이쁨을 받던 고양이 마저 출입금지 시키며 개구리는 '찰떡'이라는 이름과 함께 당당히 아이 방에 자리를 잡았다.


그 찰떡이가 오늘 하늘나라에 갔다.




생각보다 귀여운데?

개구리는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고, 자칫하다간 내 일거리만 느니 절대 관여 안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동그란 눈과 넙죽넙죽 귀뚜라미를 받아먹는 모습에 자꾸 눈길이 갔다.


자기 방도 청소 안 하는데 개구리집을 잘 치울까, 습도는 잘 맞을까, 물은 잘 갈아줄까...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과연...


처음엔 아이도 잘 챙겼지만, 아이 또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이 되어 개구리를 챙길 여력이 없게 되었다. 위생과 건강이 걱정되어 개구리 집을 밖으로 옮겨 내가 챙기기 시작했다.


이틀에 한 번 싹 청소하고 잘 먹이니 개구리는 다시 활발해졌고 가끔은 팔에 올라타기도 하며 놀고, 다 치워놓은 집에 쉬를 하여 꾸중을 듣기도 하는 등 개구리와 교감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매일 나가자고 매달리는 강아지, 여기저기 긁어놓고 새벽마다 배고프다고 물어서 나의 숙면을 방해하는 고양이는 예쁜 것과 별개로 가끔은 힘들기도 한데 조용하게 말끄러미 바라만 보는 찰떡이는 그렇게 반대했던 게 무색하게도 은근히 정이 갔다.


내가 너무 힘들어서 몰랐어

요즘 브런치에 가득 찬 힘든 일들로 내 마음과 몸이 너무 힘든 상황이 되자, 그 손 안 가던 개구리마저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강아지 산책, 고양이 놀이, 대소변 치우기, 떨어지지 않게 사료와 용품 구입, 미용 등 모든 게 다 내 몫이기에 이틀에 한번 치우는 찰떡이 집과 매주 주문해야 하는 귀뚜라미도 귀찮게 느껴졌다.


날씨가 더워지자 하루 만에도 날파리가 생겨 매일 치워야 하니 그것도 부담이 되어 안 그래도 무거운 일상에 하나 더 얹히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신경 써서 치우고 먹이긴 했지만, 찰떡이 자체를 유심히 관찰하진 못했던 것 같다.


며칠 전, 밤이었다.

월월! 아니면 깩!이었나.. 개가 짖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났다.

이 밤에 왜 짖나 싶어 내려가 보니 우리 개는 자다 깨서 멍할 뿐이다. 또 한 번 소리가 들렸고, 소리가 난 곳은 개구리 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1년 동안 소리를 낸 건 처음이었다. 개구리 등에 귀뚜라미가 올라가 있었고 괴로운 듯 보여 귀뚜라미를 잡아주었는데, 먹기도 하면서 등에 올라간 건 싫은가? 하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 뒤로 먹는 양이 주는 것 같았으나 사실 크게 신경 안 썼다. 내가 요즘 개구리가 먹는 양이 좀 줄었다고 신경 쓸만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변명하고 싶다.


그러던 오늘...

물통에 떠 있는 찰떡이를 보았고, 그렇게 보내게 되었다.


안 그래도 며칠 전, 개구리 수명은 몇 년이래? 하고 아이에게 물으니 '10년쯤?'이라고 답해서 내가 으악! 귀뚜라미를 9년이나 더 사야 해?라고 하며 기겁했는데... 이제 귀뚜라미를 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아이가 충격 먹고 울면 어쩌지 했는데, 오히려 아이는 담담했고 내가 오열하고 말았다.

죽음이라는 게 너무 덧없어서. 미안해서.




다 커서 우리 집에 왔으니 그 아이 나이를 알지 못한다. 수명이 다 해서 갔을 수도 있고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 표현 안 하는 개구리의 상태를 알기 힘들었음도 있고... 내 잘못이 아님에도 마음이 무거운 건 어쩔 수 없다.


1년 간 조용히 거실 한편에서 귀여운 눈으로 사람만 좇던 찰떡이, 잘 가렴. 우리 식구가 되어주어 고마웠어.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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