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식 겨울

핫팩 하나로 시작된 기술과 미래에 대한 생각

by 밍다람

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특히 작업실은 냉기가 가득 차 있어서, 앉아만 있어도 손끝이 먼저 얼어붙는다.


핫팩을 붙여볼까? 했지만,

붙이는 핫팩은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고, 따뜻함도 좁은 면적에만 머물다 금방 식어버린다.


그래서 이번 겨울엔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코드에 꽂기만 하면 안에 액체가 들어 있는 물주머니가 데워지는 충전식 핫팩.


식으면 다시 충전하고, 또 식으면 다시 충전하고.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왠지 든든하다.


원래는 귀여운 고양이 파우치에 넣어 안고 있어야 더 사랑스러운데,

귀찮다는 이유로 껍데기를 벗긴 채 그대로 사용 중이다.

그래도 물을 버리고, 채우고, 말릴 필요가 없는 구조라 생각보다 훨씬 편하다.


이 작은 온기에 의지해 있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앞으로 기술이 더 발달하면 내 몸 상태를 알아서 감지하는 핫팩도 나오지 않을까?


근육 센서가 아픈 곳을 찾아내 따뜻하게 찜질해주고,

생리통이 있는 날엔 배를 조용히 데워주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목 뒤를 은근하게 풀어주는 그런 기계.


인공지능은 이런 걸 먼저 만들어주면 좋을 텐데.

왜 자꾸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는 기술부터 발전하는 걸까.

가끔은 조금 슬퍼진다.


언젠가는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몇몇 소수의 직종만 남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죽을 때까지 직업이 계속 바뀌는 삶이라면, 그건 꽤 피곤한 미래 아닐까.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마음을 정리한다.


어차피 변하는 세상이라면, 나도 계속 바뀌는 연습을 해보자고.

핫팩을 충전하듯, 나도 식기 전에 다시 한 번 나를 데워보는 연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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