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책과의 작은 여행
얼마 전 릴스에서 한 초등학생이 서울대 앞에서 대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라고 인터뷰하는 영상을 봤다.
똑똑한 어른들의 대답이 궁금했던 걸까.
왜 굳이 서울대 앞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서관 앞에서 물어봤다면 더 흥미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른들의 대답은 이랬다.
책에는 내가 겪어보지 못한 또 다른 세상이 담겨 있어서 좋다고.
그 세상을 엿볼 수 있고,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내가 책을 읽으며 자주 느끼는 건 이런 것이다.
‘세상엔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구나.’
‘이런 시선으로도 바라볼 수 있구나.’
나와 같은 생각을 발견하며 안도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이해하며 시야가 넓어진다.
그 과정이 참 재미있다.
비현실적인 요소가 가득한 소설을 읽을 때면 눈을 살며시 감고 장면을 마음껏 상상한다.
마치 우주를 여행하듯,
깊은 바다를 헤엄치듯,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을 건너듯.
다양한 나라의 골목길과 사람들의 삶,
혹은 작은 생명체의 시선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나는 어릴 적부터 비현실적인 상상을 좋아했다.
하늘을 날거나, 인어공주처럼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치거나, 영화 속 캐릭터가 되는 상상들. 책은 그런 상상을 이어주는 자연스러운 통로가 되었다.
요즘은 먹고사는 일에 치여 현실의 무게만 느끼고 있었는데,
종이 위에 적힌 까만 글씨들이 나를 또 다른 세계로 데려간다.
걷다가 마주친 사물 하나에도 이야기가 덧붙고,
현실의 장면이 또 다른 상상으로 번진다.
동심은 늘 가까이에 있다.
다만 삶에 지쳐 선명하게 보이지 않을 뿐이다.
맑음을 가리는 찌꺼기를 조금씩 걷어내고,
상상하는 습관을 들이며 오감에 집중하다 보면
일상의 작은 순간도 크게 다가와 문득 웃음이 나기도 한다.
어쩌면 책을 읽는 일은 상상력을 깨우고,
생각 속 불순물을 천천히 걸러내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또 어떤 불순물을 걸러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