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하나만 만들어줘. 밥 사줄게.
이 말 들으면
디자이너 심장에 작은 경보음이 울린다. 삐—삐—
밥이 문제냐고?
아니, 밥은 맛있지.
문제는 그 밥 앞에 앉아야 할 사람,
그리고 “로고는 금방 나오지?”라는 그 한마디.
로고는 금방 안 나온다.
시안 하나에 하루가 가고,
간격 하나에 밤이 샌다.
굵기 0.5pt 줄였다 늘렸다,
폰트 바꿨다 다시 돌아오고,
이 브랜드의 강점은 뭐지?
이 가게의 시그니처를 로고에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고민이 하나 둘 시간을 담는다.
다들 로고라고 하면 겉으로는 단순해 보여서
“그거 그냥 글자잖아?”
라고 말하지만
그 ‘그냥’ 안에
수십 번의 수정과
수백 번의 선택이 들어 있다.
그 시간을 시급으로 바꾸면
솔직히 밥값도 안 된다.
게다가 밥 먹으러 나갈 준비,
약속 시간 맞추기,
또 한 번의 내 시간.
물론
잘생긴 차은우와의 식사라면
어떻게든 일정 비우겠지 ^.^
근데 그게 아니라면
내가 굳이? 왜…? 라는 생각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가끔은 기프티콘으로 툭.
“이걸로 커피라도!”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근데 로고는
커피 두 잔 값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다르게 생각해보자.
누가 당신에게 말한다.
“미니 집 하나만 지어줘. 밥 사줄게.”
벽돌 하나하나 구해 와
시멘트 바르고,
각도 재고,
무너지지 않게 다 쌓았는데
보답이 삼겹살 한 끼라면
어떤 기분일까.
로고도 집이다.
브랜드가 살 집.
앞으로 돈 벌고,
사람 만나고,
세상에 얼굴 내밀 집.
그 집을
뚝딱 밥값으로 흥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문가에게
정당한 값을 주는 건
낭비하는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자기 브랜드를 존중하고
나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요즘처럼 ai한테 디자인 맡기지 뭐!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마인드로는 절대로
그 브랜드는 잘 될 수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