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작은 습도조절 공장

가습기&제습기

by 밍다람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분명한 나라지만,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계절은 겨울인 것 같다.


여름은 날이 따뜻해 몸이 먼저 움직인다.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고, 할 일도 많아진다.

하지만 겨울은 다르다.

추위가 활동을 멈추게 한다.

야외로 나가는 일조차 쉽지 않다 보니 체감상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겨울마다 어김없이 걸리는 감기는 나를 침대 속에 붙잡아 둔다.

며칠은 세상과 단절된 사람처럼 이불 안에서만 시간을 보낸다.


어제는 한파주의보가 내려 영하 11도,

체감온도는 그보다 더 낮았다.

귀는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것 같았고,

손가락은 고드름처럼 딱 부러질 것만 같았다.


겨울은 바깥만 차가운 게 아니다.

실내에서도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진다.

창문에는 결로가 맺히고, 그 물기를 없애려 제습기를 튼다.

하지만 습기를 줄이면 공기는 금세 건조해진다.

그러면 다시 가습기를 켠다.

창가에서는 온도 차로 습기가 생겨나고,

벽 쪽의 제습기는 그 습기를 빨아들인다.

침대 머리맡의 가습기는

우리가 마르지 않도록 조용히 수증기를 뿜어낸다.

서로 누가 더 튀는 것 없이

밤새 열심히 일을 한다.


가만히 보면 겨울밤의 침실은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작은 습도조절 공장’ 같다.


아침이 되면 고생한 제습기는 물통이 가득 차있고,

밤새 일한 가습기는 방전되어 있다.

마치 할 일을 다 마쳤다는 듯 조용하다.

나는 물을 비워내며

또 물을 채워 넣으며


속으로 수고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출근을 한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 작은 공장의 공장장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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