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적는 생각#1
나이가 든다는 건 활동하는 데 있어서 즉흥적인 면들이 조금씩 사라지는 과정인 것 같다.
원래도 즉흥적이기보다는 계획적이었던 성격의 나도 이십 대 초반, 십 대 후반의 시기를 돌아보면 즉흥적일 때가 많았다. 하다 못해 약속 하나를 잡아도 번개를 많이 했고, 행선지를 일일이 정하지 않고 돌아다녀보면서 마음이 끌리는 대로 정하기도 했고. 생각이 복잡하거나 답답하면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탔던 그런 시기가 있었다.
이제는 모든 걸 고민하다 결국에는 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집에 가는 길에 있는 어느 역에 내려서 좋아하는 디저트를 포장해갈까 싶다가도, 집에 가서 빨리 쉬는 게 낫겠지. 내일 출근이니까 그냥 집에 가야지. 춥잖아. 등의 이유로 발걸음을 움직이지도 못한다. 행선지를 정하지 않고 약속을 잡는 일은 더욱이 없다. 식당이든 카페든 장소를 미리 물색하고 나서야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모든 즉흥성이 소멸해가는 것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몸을 쉬게 하는 일에는 즉흥적이게 된다. 짧은 여행을 가도 계획대로 일정을 소화하는 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 몸이 너무 피곤하지 않게 쉬어가는 시간을 바로 집어넣는다. 회사에서도 느낌이 안 좋다 싶으면 바로 반차를 낼 준비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가도, 이따금 이상하고 씁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