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밍디터 Nov 20. 2020

내게도 하나뿐인 소설 ‘지구에서 한아뿐’

로맨스와 SF를 스릴 넘치게 담아낸 생태소설의 매력을 파헤쳐보자

올해 특히나 더 인기가 많아진 정세랑 작가의 <지구에서 한아뿐>으로 정세랑 작가를 처음 접했다. 처음엔 스릴러인가 싶다가, 로맨스? SF? 생태소설? 장르에 대한 물음표를 찍다가 알게 됐다. 그 모든 장르를 담고서도 중심을 유지하는 멋진 소설이라는 걸. 그러고 보니 제목까지 멋지잖아?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멋진 소설 <지구에서 한아뿐> 속 문장과 매력포인트를 기록해본다.


“한아가 맡는 일의 많은 경우가 사랑하던 고인의 옷을 고쳐 입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주문이었다. 옷을 가져오는 사람들은 망설임으로 옷을 내려놓기 힘들어했다. 한아는 그런 다정한 주문일 수록 더 믿고 맡길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주인공 한아가 하는 일은 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오래된 옷들을 변형하여 더 오래 입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한아라는 인물에 딱 맞는 직업. 오래된 옷들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오는 사람들과 그 옷을 더욱 오래 가지고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한아 모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책 속 군데군데에 어려있다.


“백날을 생각해봤자 답은 똑같을걸요. 어떤 특별한 사람은 행성 하나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때가 있어요. 그걸 이해하는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저한텐 엄청 분명한 문제예요. 난 따라갈 거야. 내 아티스트.”


여러 가지 장르를 아우르며 중심을 잡을 뿐 아니라 캐릭터도 쏠림 없이 고루 중심을 잡고 있음이 느껴지는 부분. 아폴로라는 가수가 세계의 중심인 주영이라는 인물의 말이다. 살면서 누군가의 팬이었던 적이 있다면 당연히 공감이 갈 것이고, 팬이었던 적이 없다고 해도 이해할 문장. 내가 빛나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빛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에게 핀 조명을 떨어트리고 있다.


“나는 안될까. 너를 직접 만나려고 2만 광년을 왔어. 내 별과 모두와 모든 것과 자유 여행권을 버리고”


한아와 경민이 만나게 되는 과정은 스포 없이 읽어야 재미가 배가된다. 이 문장은 분명 책 소개글에서도 만났는데. 책을 읽다가 발견하는 순간 탄식을 터트렸다. 너를 만나려고 2만 광년을 왔다는 사람에게 관심이 안 생길 수가 있나. 담백하고도 절절한 사랑이다.


“다행히 아폴로와 주영은 외화를 잘 벌어들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주영이 아폴로의 공연 영상이 담긴 알 수 없는 재생기를 보내왔는데, 둘 다 아주 좋아 보였다. 재생기는 한 번밖에 재생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저작권 때문이었다.”


<지구에서 한아뿐>은 과감한 상상력이 드러난 부분도 많지만 꽤나 현실적인 SF 장르소설이다. 저작권 때문이었다는 말은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웃음이 나는데, 내가 저 멀리 다른 우주 생태계에 속한 사람이라고 해도 영상을 무한 반복하도록 보내진 않을 것 같다. 역시 한번 보면 펑 터져버리는 기계에다 담아 보내겠지.


“경민은 한아만큼 한아의 신념을 사랑했다. 한아의 안에도 빛나는 암석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이다.”


흔히 이상형으로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문장이 있다. ‘내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 그 말과 어떤 사람의 신념까지 사랑한다는 말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한아의 신념은 보통 사람들과 조금 다르고, 심지가 아주 굳은 신념이다. 그 가치관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디뎌나가는 하나뿐인 존재 경민. 그리고 내게도 하나뿐인 소설이 된 <지구에서 한아뿐>. 덕분에 정세랑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볼 날들을 기대하고, 어쩌면 많은 이들의 삶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을 환경보호라는 메시지가 다시금 각인되지 않을까 하며 기대하고, 마지막 장이 오는걸 아쉽도록 만들어준 한아와 경민의 미래도 기대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