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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다다익선이 아니다.

by 밍작가
우리는 삶에 수많은 요구를 하면서 행복을 넓은 범위 위에 세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너무 넓은 범위 위에 세운 행복은 무너지기 쉬운 데다 재앙이 닥칠 가능성이 훨씬 높기에 결국 나쁜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건물은 기초를 많이 세울수록, 그 기초의 깊이가 강하고 강도가 높을수록 튼튼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상부에 지진에 견디게 하는 까지 들어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튼튼한 건물이 되죠. 하지만 행복은 이와는 다릅니다. 넓은 범위에 행복을 세울수록 모래성처럼 무너지기 쉽습니다. 행복은 물리적인 기초가 아니라 심리적인 기초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수 백가지 행복을 위해 모두 마음을 쓰지 못합니다. 그리고 행복을 위한 마음의 기둥은 심을수록 다른 것들은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행복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고, 리의 능력은 무한하지 않으니까요. 우리의 관심과 능력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모두가 직장에서도 승승장구하고, 가정도 평화롭고, 건강하며 부자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해야 하죠. 때로는 야근도 하고, 주말 출근도 해야 합니다. 직장에서 잘 나가는 사람은 보통 희생을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러다 보면 가정이 평화롭지 못하기 쉽습니다. 나의 관심과 사랑을 요하는 가족들은 직장 생활에 희생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며 불만을 갖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가정생활의 평화는 깨지기 쉽습니다.


직장에서 일에 몰두하다 보면 운동할 시간, 좋은 것을 챙겨 먹을 시간이 없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하죠.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한창 일해야 하는 젊은 나이인데도 벌써 건강이 악화되곤 합니다. 이렇게 건강에 대한 행복이 무너지곤 합니다.


우리는 평범한 사람이고, 우리에게 주어진 24시간을 아무리 열심히 쓴다고 해도 직장, 가정, 건강에서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성공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다양한 것에 심을 냈지만 돌아오는 것은 욕심낸 만큼 돌아오지 않는다는 다양한 좌절감뿐이죠. 이 좌절감은 고통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너무 큰 욕심을 낸 죄라고 할까요.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의 기준은 꽤나 높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집니다. 세상은 계속 발전하고, 돈과 능력도 시간이 갈수록 인플레이션 되는 건 진리니까요. 뭐든지 적당히 해서는 그 기준을 채우기 어렵고, 과거의 최고에서 머물 뿐이죠. 직장 생활에서 승진으로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한두 번 승진으로는 큰 행복을 얻기 어렵습니다. 직장 생활 2~30년 후에 회사에서 한두 명 오르는 그 자리에 올라야 직장 생활에서 '명예'로 인한 행복이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가정생활에서의 높은 행복도 얻기는 꽤나 어렵습니다. 참 쉬워 보이기도 하는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부부가 화목하고 아이들은 부모를 공경하며 제 할 일을 해내는 성인으로 성장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이 쉬워 보이는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높은 이상적인 행복의 모습이지만 세상은 그렇게 이상적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예상할 수 없는 문제들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하나하나 처리하며 살다 보면 내가 그렸던 행복한 과정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곤 합니다. 이에 좌절하기도 하고,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고통스러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에만 집중할 수 없습니다. 일도 해야 하고, 가정도 지켜야 하며, 건강도 지키고 먹고살기도 해야 하니까요.


물론 하나에만 집중한다면 그 '높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은 커집니다. 가정생활은 희생하고 직장 생활에 올인하게 되면 그 한두 명이 오르는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확률은 올라갑니다.(물론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그리고 가정과 건강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면 크게 불행해지지 않습니다. 가끔 가정에서 문제가 생기고, 때로는 건강이 악화되어도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가정과 건강이 절대적으로 좋지는 않아도 이로 인해 불행하지는 않는 것이죠. 대신 직장 생활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내가 집중하고 있는 행복이 채워질수록 우리는 고통스럽지 않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떤 행복에 집중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행복의 정도가 정해지는 것이죠.


한 가지 행복에 집중하는 삶이 이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고통스럽지 않은 삶이 될 수는 있습니다. 이 초점을 직장 생활로 예를 들어서 극단적일 수 있지만, 이 초점을 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맞추고 사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그것에 집중해서 살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직장 생활에서 명예를 얻을 가능성이 보이고, 가족과 건강이 받쳐준다면 열심히 노력하며 살면 개인적으로 행복한 삶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직장에서 명예를 얻을 가능성이 적다면, 굳이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정, 건강, 재테크 같은 것들에 집중력을 옮겨줄 필요도 있습니다. 혹여나 승진에서 한 두 번 아픔을 겪더라도 덜 고통스럽게 말이죠. 행복의 초점을 승진이 아니라 가족과 건강으로 정하고 그렇게 살면, 승진이 안되더라도 덜 불행할 테니까요. 내 행복의 가중치가 정하는 행복에 대해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는 것이니까요.


우리는 만능이 아닙니다. 적당한 능력을 타고났고, 24시간 동일한 시간을 부여받아 살고 있습니다. 다 갖고 싶다는 과도한 욕심 때문에 고통스러운 인생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현실을 살펴보고 나에게 가장 큰 행복을 줄 수 있는 한 두 가지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넓은 범위의 행복을 가지려다 보면 행복은 무너지고, 재앙이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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