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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해야 할 걱정만 걱정하세요.

by 밍작가


미래의 재앙 중 다가올 것이 아주 확실한 일을 걱정하는 것만이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아주 극소수일 것이다. 모든 부분에서 아주 확실한 경우와, 일어날 가능성은 확실해도 발생할 시기는 전적으로 불확실한 경우로 나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종류에 신경을 쓰다 보면 더 이상 조용한 순간은 없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발생하거나 다가오는 시기가 불확실한 불행으로 인해 우리 인생의 평온함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우리는 그것들을 결코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시기가 불확실한 것은 생각처럼 금방 찾아오지 않으리라 여기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얼굴 표정은 웃고 있지만 사실 마음속에서는 걱정이 많은 편입니다. 10대에는 좋은 대학에 가서 평균 이상의 사회인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20대에는 이 제한된 성공의 범위 내에서 행복하게 사는 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걱정을 했었죠. 그리고 30대에는 현실에 대한 걱정과 가끔씩 밀려오는 FOMO, 그리고 영원히 '자유'를 누릴 수 없이 남들을 위해서만 일하다 죽지 않을까라는 걱정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곤 했습니다.


쓸데없는 걱정 때문에 행복을 온전하게 느낄 수 없었습니다. 행복을 느낄 때쯤, 걱정들이 자꾸 저를 공격해 왔으니까요. 현재의 행복을 온전하게 누리지 못하고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걱정 때문에 행복을 지워내고 고민과 노력으로 채워내야만 했으니까요.


이를 채우기 위해 공부를 하기도 했고, 운동을 하기도 했고, 직장 생활에 몰두하기도 했습니다. 왠지 그것들을 하지 않으면 이 걱정스러운 일들이 현실이 되어 버릴 것 같았으니까요. 고통스러운 미래가 펼쳐질 것만 같았으니까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당시에 공부를 했다고, 직장 상사에게 잘했다고 제가 생각했던 걱정들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습니다. 공부를 했지만 성공한 샐러리맨의 삶을 살고 있지 않고, 그 당시에는 많은 것을 희생해 가며 직장에 최선 다했지만 그 당시 상사와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자연스레 연락도 나누지 않는 사이가 되어버리기도 했죠. 제가 만든 걱정의 프레임 속에서 무수히 발버둥 쳐 봤지만, 그 걱정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걱정 자체가 현실화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 걱정들은 그냥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이야기합니다. 미래에 다가올 재앙 중 아주 확실한 일만을 걱정하라고 말이죠. 언제 발생할지도 모르는, 발생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 그런 걱정 말고 정말 확실한 걱정만 걱정하라고요.


여러분의 가장 확실한 걱정은 무엇인가요?


10년 후 직장을 잃고 경제활동을 하지 못할 것이 확실한 걱정인가요?

초등학생인 자녀가 훗날 취직을 못할 것이 확실한 걱정인가요?

20년 후에 건강이 안 좋아져 생을 마감할 것이 가장 확실한 걱정인가요?


아닐 겁니다. 그런 것들은 가장 확실한 걱정이 될 수 없습니다. 가장 확실한 걱정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1. 오늘 안에 생길 가능성이 큰일.

2.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스러워질 일. 3. 현재의 상황을 보았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80% 이상인 일.


이런 일이 아니면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일 생길 가능성이 큰일이 걱정된다고요? 내일은 내일의 나와 주변사람들이 내일이라는 시간 속에서 다른 하루를 만들어나갑니다. 오늘 나의 예상대로 내일이 흘러간 적이 몇 번이나 있나요? 내일이 되면 내일의 우발상황과 내일의 날씨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냅니다. 굳이 그 장면을 떠올리며 걱정해 봤자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적당히' 준비만 되어 있다면 그 '적당히'와 나의 능력이 주는 '유연함'으로 내일에 적응해서 살아내면 그만입니다. 굳이 지금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스러워질 것이 뻔히 보이는 일은 당연히 걱정하고 적당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하지만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아닌 타인이 고통스러워질 일은 굳이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은 그와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그 사람 또한 나에게 그 걱정을 바라지 않습니다. 나의 걱정이 누군가에게는 쓸데없는 참견과 오지랖이 될지도 모르죠. 심지어 2차 피해가 되는 세상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굳이 나의 걱정의 범위를 불필요하게 타인에게 넓힐 필요는 없습니다.


발생할 가능성이 80% 이상인 일이라고 말씀드린, 불 보듯 뻔한 일들이 가끔 있기도 합니다. 운전을 해야 하는데 갑자기 경고등이 떴을 때, 출근을 해야 하는데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을 때 등등. 결국 '불 보듯 뻔한 일'이라는 것은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고 이는 나의 몸 상태나 객관적인 데이터가 우리에게 경고를 합니다. 이럴 때는 이에 대한 걱정을 조치하는 것에 최우선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당장 정비소를 가거나 병가를 내고 병원에 가야 하는 것이죠. 무시하면 훗날 더 큰 고통에 빠질 게 예상되니까요.


이런 일들이 아니면 굳이 걱정할 일은 없습니다. 우리들은 생각보다 능력이 좋으니까요. 몇십 년 동안 살면서 경험과 지혜가 많이 쌓였고, 유연함과 적응력도 꽤나 좋고 도와줄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거든요. 이 힘을 믿고 미래라는 다양성과 싸워나가면 그만입니다. 그야말로 '다양'성이기에, 걱정한다고 해서 내가 100% 상하기는 어려우니까요. 그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해 내면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일들이 대부분이니까요.


두려운 사람은 성공하지 못할까 걱정을 하지만 안정된 사람은 이 안정을 빼앗길까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결국 누구나 걱정을 하고 살 수 있는 게 인생이죠. 하지만 걱정한다고 해도 이와 비례해서 해결되지는 않는 세상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미리 과도하게 걱정하지 말고 현실을 대응해 나가는 건 어떨까요? 자신의 능력과 적당한 운을 믿고 살아도 큰 문제는 없으니까요.


걱정할 일은 생각보다 잘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그저 기우에 불과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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