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달리든, 가끔 달리든,
힘들게 운동화를 신고 현관 밖으로 나가는 모든 달리기에는 '목표'가 있다.
간만에 휴무인 금요일 오후, 저녁에 비소식이 있어서 그런지 구름낀 날이었다. 보통 구름낀 날은 꿀꿀하다고 생각했었지만, 달리기를 하면 구름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덥지 않아서 힘들지 않게 달릴 수 있는 날이라는 신호다.
내일 모레는 10Km 마라톤 대회가, 다음 주에는 하프 마라톤 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꾸준히 달리고는 있지만 최근에 잦은 회식자리 때문에 루틴이 망가졌다. 그래서 그 어느때보다 쉽지 않은 9월의 달리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쨋든, 오늘의 달리기의 목표가 있었다. 여의도를 두바퀴 도는 것이었다. 최근에 안일하게 몸을 방치했던 나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자, 다음 주에 있을 하프 마라톤을 준비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마음은 그러했으나, 몸은 관성을 유지하고자 한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10km정도는 가볍게 달렸는데, 최근엔 5km 정도에서 항상 그분이 오셨었다. 그리고 오늘도 그분이 오셨다. 여의도를 반바퀴 정도 돌았을 때쯤, 그분이 오셔서 자꾸 나의 처음 목표를 부정하고 있었다.
'적당히 달려'
'오늘 너무 무리하면 내일 모레 10km 마라톤에서 힘들거야'
'오늘은 금요일이야'
'오랜만에 뛰는데 무리하면 다칠지도 몰라'
달리면서 든 생각이 있다.
'왜 목표를 달성하려는데 이렇게 힘들까?'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생각해낼 수 있었다.
1. 처음의 목표가 잘못되었다.
맞다. 오늘 나의 여의도 두 바퀴를 도는 것은 잘못된 목표였다. 왜냐하면 최근에는 한 바퀴를 도는 것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너무 큰 목표를 생각하고 여의도로 나갔다. 나의 현실을 넘어선 목표를 세우면 의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모든 목표는 지금 나보다 조금 높은 곳에 있어야 한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저 위에 있어도 되겠지만, 오늘 당장은 아니다. 오늘 당장의 목표는 어제의 나보다 조금 높은 곳에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달성할만한 목표가 된다. 그래야 해볼만한 달리기가 되는 것이다.
2. 지금의 나를 잘 알지 못한다.
최근에 회식자리가 너무 많았다. 물론 한두달 전에는 괜찮았지만 최근에 이런 생활 패턴은 페이스와 근육에 안좋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를 부정하고 있었다. '왕년'만 생각하고 무리한 목표를 생각하며 달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모든 목표는 나를 알고 난 후에서야 제대로 세울 수 있다. 내가 어떤 능력을 갖춘지 알아야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듯이, 나 자신을 알지 못하면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다. 모든 성장은 나 자신의 수준과 능력을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나 자신을 알지 못하면 너무 낮거나 높은 목표를 세워서 고통스러워 질 수 있다.
3.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 잘못 되었다.
여의도 두바퀴는 16km정도다. 이를 달리기 위해서는 초반부터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 하지만 오늘의 페이스는 조금 이상했다. 천천히 달리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페이스가 나쁘지 않았다. 오랜만에 뛰어서인지, 금요일의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천천히 뛰는데 기록은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중간중간 무리해서 달리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5km 정도 뛰고 다니 그만뛰고 싶어졌다.
두 바퀴를 뛰려면 가장 중요한 건, 한 바퀴 후에 나머지 한 바퀴를 돌 힘을 비축하는 것이다. 이는 내가 모든 마라톤 대회에서 쓰는 전략이다. 절반을 뛰고도 절반을 뛸 힘을 남겨두는 것. 하지만 오늘의 달리기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딱 한바퀴까지가 나의 한계였다. 목표의 정도와 기한을 판단하고 그 과정을 수행해내야 한다. 장기 레이스면, 장기 레이스 답게, 단기 레이스면 단기 레이스답게 달려야 한다.
인생에는 목표가 있다.
오늘 하루에도 목표가 있다.
누군가는 목표를 달성하고,
누간가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산다.
그 차이가 무엇일까?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들은 좋은 목표를 설정한다. 좋은 목표란 현실적으로 달성할만한 목표다. 그리고 기한이 있는 목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허황된 목표를 세우곤 한다. 그래서 행동이 현실적이지 않고 허황되기 마련이다. 마치 1km도 달리지 못하는 사람이 42.195km를 달리려고 한다. 1km를 달리는 사람의 다음 목표는 5km인데, 42.195km를 달리려고 하니 고장나곤 한다.
5km를 위한 달리기와 42.195km를 위한 달리기는 다르다. 5km는 적당히 전력질주해도 된다. 하지만 42.195km를 달리기 위해서는 전력질주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실패하는 사람들은 5km 달리듯이 인생을 살아간다. 오늘 미친듯이 노력해보고 성과가 없으니 더 이상 달리지 않는다. 그렇게 인생이란 마라톤에서 걸어가고 만다.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 가장 중요한 건, '계속' 달리는 것이다. 사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뛰는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 '함께'라는 힘이 큰 힘이 될 것 같지만 생각보다 거기에서 무너지는 사람들이 있다. 나보다 더 잘 뛰는 사람들, 나보다 더 빠른 사람들의 속도에 맞춰서 전력질주 하다가 자신만의 속도를 잃고, 무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결국 걷는다. 계속 달려야 하는데 걷는다. 처음에는 조금만 걷고 다시 뛰려고 했지만, 관성이라는 것은 무서워서 한 번 걷다보면 계속 걷게 된다. 그렇게 마지막 순간을 걸어서 억지로 들어가게 된다.
우리 인생의 마지막을 억지로 걸어서 들어갈 수는 없다.
멋지게 달리면서 피날레를 맞이해야한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꾸준히 달려야 한다. 오늘도 달려야 하고 내일도 달려야 하고, 절대 걸으면 안된다. 하지만 절대, 오늘 무리해서 달리다가 한 동안 쉬어서는 안된다. 인간의 무의식은 한 번 쉬게 되면 계속 쉬고 싶어진다. 이 무의식의 조종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오늘도 내일도 달려야 한다. 심박수를 유지하기 위해 제자리 달리기라도 해야 한다.
당신의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를 위해서 오늘은 어떤 달리기를 하고 있는가? 내일은 어떤 달리기를 할 것인가? 오늘의 목표는 무엇이고, 어디까지 달린 후에, 내일은 어디부터 달릴 것인가? 어디까지 달릴 수 있는가? 어떻게 달릴 것인가?
이를 하나씩 생각하다보면, 오늘 하루의 노력, 내일의 노력, 그리고 한달 후, 내년의 노력이 그려질 것이다. 그렇게 마라톤을 하듯이 달려나가면 되는 것이다. 절대 무리하지 말자. 무리하다가 걷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으니까. 걷지만 않아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인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