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첫 10km 마라톤을 시작으로
나름 '러너'의 인생을 살아오고 있다.
10km 3~4번,
하프 마라톤 3~4번,
대략 7개 정도의 메달이 있으니
그래도 꾸준히 달려온 셈이다.
성격상 '더더(more and more)'를
좋아하기에, 자연스레 그다음은 풀코스 출전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뭐가? 마라톤 신청이.
동아마라톤은 기록증이 있는 사람만
참여할 수 있었으며,
춘천까지는 갈 엄두가 생기지 않았고,
JTBC 마라톤(제마)은 추첨제라 기대했지만
나에게 기대를 주지 않았었다.
계속 읽고, 쓰고, 달리면서 살다 보니,
풀코스에 대한 미련을 가지면서 살고 있던 중.
아는 선배가 JTBC마라톤 추가 신청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하기에 '미련'을 털어내고자
'무턱'대고 신청했다.
결과는 당첨.
하지만, 당첨 시점이 문제였다.
9월 9일.
마라톤 대회는 11월 2일인데,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5km를 뛰는 것과 10km를 뛰는 것은 다르다.
마찬가지로
하프를 뛰는 것과 풀코스를 뛰는 것은 다르다.
게다가, 더 고차원적으로 다르다.
매일 30분 정도만 건강관리, 습관유지 차원에서
달리던 달리는 시간을 2배 이상 늘려야 했다.
아니,
2배를 늘려도 부족했다.
그런데, 준비 시간도 부족했다.
9월은 현업에서 꽤나 바쁜 시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마라토너가 되고 싶었다.
될 수 있는 한 많이 달렸다.
그런데도 내 어제가 만든 한계를
2배 이상 뛰어넘는 오늘을 만드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9월엔 평균적으로 8.5km 정도를 11번 달렸다.
(평소보다도 덜 달렸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10월에는 진짜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
일주일 2~3회 18Km 내외를 달렸다.
무리하지 않는 페이스로 달렸다.
왜냐하면,
풀코스까지 연습하기는 어려우니까.
절반 정도를 달리고,
절반 정도를 또 달릴 힘이 있는지
나를 테스트하는 과정이었으니까.
LSD를 해야 한다고 해서,
30km 정도를 목표로 잡고 해 봤는데,
이도 쉽지 않았다.
27km 1회를 달렸는데,
더 많이 했어야 했다.
막상 대회 시작 1주일 전에는
많이 달리지 못한다.
피로가 누적되면 안 되고,
컨디션 관리를 해야 하는 시간이기에.
10월 마지막 주에는
열심히 밥을 먹었다.
(글리코겐 충전)
이렇게, 다소 얼렁뚱땅하게
첫 풀코스 마라톤 준비를 마쳤다.
마쳤다기보다는
'이 정도면 뛸 수 있겠지'라고
나 자신을 이해시키는 과정이었다.
대회 당일의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마라톤 대회가 지난 1주일.
지금은 날씨가 참 따듯하지만,
그날은 꽤나 추웠다.
하지만 열기는 그 어느 11월 가을날보다
더웠다. 5만 명 가까이 된다는 인파는
상암을 가득 메웠고,
얻어서 입은 우의 속에 내 열기도 후끈했다.
구간별로 어떻게 뛸 것인지
챗지피티와 계획을 짜둔 터라,
무작정 달려 나가지는 않았다.
첫 10km는 정말 최대한 천천히 달리려고 했다.
57분 페이스로 첫 10km를 달렸다.
더 천천히 뛰려고 했는데
확실히 '대회뽕'은 무시할 수 없다.
10~20km 구간부터는 연습한 대로 뛰어야 하는
구간이었다.
평소에 이 거리를 가장 많이 뛰었으니
몸도 잘 따라줬다.
55분 페이스로 달렸다. 딱 좋은 페이스였다.
(SUB4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20~30km 구간은 잘 달려보지 않았다.
LSD를 한 번 밖에 안 했으니,
몸도 낯선 구간이었다.
확실히 조금 쳐지기 시작했다.
59분 페이스였다.
(SUB4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는 구간이었다)
하지만,
마의 30km 이상을 마주하게 되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달려보는 거리,
30km 이상이었다.
마음이 아니라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보폭이 짧아지기 시작했다.
다리에 쥐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왜 그 구간부터 길 옆에
에어파스를 들고 계신 분들이
많은지 알았다.
그리고 왜 직접 뿌려주시는지도.
내가 뿌리다가 쥐가 올라올 수 있기에.
인생에서 만나보지 못했던
육체적 한계.
그 한계 속에서 페이스를 유지해야 하는
처절한 한 걸음, 한 걸음.
기록을 위해서가 아니라,
완주를 위해서 버티는 구간이었다.
걷지 않기 위해 뛰는 구간이었다.
나를 이겨내는 구간이었다.
처음 달려보는 30~42.195km 구간은
1시간 29분이 걸렸다.
걷다시피 달린 구간이었지만,
걷지는 않은 구간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육체적 고통을
온전히 견뎌낸 구간이었다.
그렇게, 마라토너가 되었다.
그렇게 마라토너 작가가 되었다.
준비보다는 실행하는 '나'를 믿으며
살아왔던 과거였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으면
'실행'에 옮기던 나였다.
하지만, 마라톤을 뛰고 나서 알았다.
결국 '준비'가 절반 이상이라는 것을.
100% 준비가 되어야
70% 이상 성과가 나올까 말까.
70% 준비로는 절대 100%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몸은 참 공평하고,
인생도 참 공평하니까.
그래도,
'70%' 정도 준비가 되었다면,
버티는 힘이 있다면
성공할 수도 있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은 걸을 때,
'한 걸음만 더'라는 생각으로
달리다 보면, 또 되기도 하니까.
42.195km를 처음 달리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눈물이 울컥했다.
'아 나 해냈구나'
'못 견딜 건 없구나'
'이렇게 살아야겠구나'
치밀하게 준비하고,
조금 더 버티면서 살다 보면
결국 '완주하는 사람'이 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