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w Risk, High Returnable
나는 돈을 모으는 것보다는 쓰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결혼 전에는 이게 내 라이프 스타일이었고,
결혼 생활을 할 때에는 '쓸 때에는 좀 쓰자.'라고 갈등의 포인트였다.
전 사람도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했기에, 나와의 소득을 합치면 30대 평균 이상은 되었다.
그래서인지 크게 부자가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 용돈 인상에 대한 소심한 바람만 있었을 뿐...
평균의 함정에 빠진 배불러 보이는 돼지의 마인드로 살고 있었다.
결혼생활 중에는 돈이란 걸 모을 것도 없었다. 영끌을 해서 집을 사게 되면 유일한 재테크는 대출을 갚는 것뿐이니까. 절반 정도 은행의 소유인 집에서, 한 달에 가로 ×세로 25cm 정도의 공간만큼만 우리의 소유가 되어가고 있었다. 집값이 오르는 것이 유일한 재테크였다.
가끔씩 확인하는 줄어든 대출잔액이 그나마 유일한 경제적 성장처럼 보였다.
돈을 더 많이 벌 수도, 더 많이 모을 수도 없었다.
여유가 있으려면 덜 쓰는 것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래서인지 큰 부자가 되는 것은 내 운명에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적당히' 남들보다 잘살자는 생각정도만 하고 살았다. 그놈의 적당히.
이런 고정형 마인드셋은 나를 피동적인 사람으로 만들었고, 꿈을 꾸지 않는 흐리멍텅한 돼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도장을 찍고 나니, 정신이 확 들었다.
이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믿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었다.
전 처의 자린고비 정신도, 안정정인 Double Income도, 재건축이 될 것 같은 서울의 아파트도 없어졌다.
'나', '애비로서의 책임', 그리고 일종의 '복수심'만 남았다.
20개월이 갓 지난, 날 많이 닮은 우리 딸이 훗날 원망하지 않는 든든한 애비가 되는 것.
그리고 나를 그렇게 무시했던 전 사람에게 보란 듯이 성공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마음.
그래서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다 보니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전부라고 생각했었던 돼지우리 속이 아닌, 울타리 밖의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은 넓었고, 다들 한 푼이라도 더 모으려고 열심히 살고 있었고, 자수성가한 젊은 부자들은 많았다.
젊은 부자들은 부모가 부유해서 그런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내 주위의 사람들만 그런 것이었다.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은 30대 중반의 내 나이에도 부자가 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냥 부자도 아닌 엄청난 부자.
아무 생각 없이, 블로그를 시작했다.
공부한 것들을 기록하기 위해서 시작했다.
블로그를 하다 보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는 걸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주식투자 책에 있다고 생각하며 읽어댔다.
- 나는 주식투자로 250만 불을 벌었다.(니콜라스 다비스)
- 기술적 분석 모르고 절대 주식투자 하지 마라(잭 슈웨거)
- 주식투자 절대원칙(주식농부 박영옥) 등등
유익했다. 하지만 이 책들은 결국 '투자'에 대한 책이었다.
이러한 책들을 통해서 얻은 진짜 고수들의 방법은 차트를 보는 것도, 타이밍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단타 매매가 아닌 훌륭한 기업에 장기투자를 하여 시간과 인내를 통해서 투자수익을 내는 것이 가장 안정적으로 큰 수익을 내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 복리의 마법이라고들 하면서.
결국 시간이었다.
나는 성격이 참 급한 사람이다.
그리고 새로운 일을 벌이는 건 참 잘하지만 끝은 잘 맺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내게 남은 '애비로서의 책임'과 '복수심'의 타오르는 열망은, 복리의 마법이 진행되는 오랜 시간 동안 어떻게 될지 장담 못했다.
그냥 살면 또 그렇게 살 것 같았다. 사람은 잘 안 변하니까.
그래서 다른 책들을 읽었다. 이런 나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책들을 읽었고, 지금은 더 많이 보고 있다.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투자의 한계를 이해하고, 3가지 중 나머지 하나인 '내 몸뚱이'가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 공부했다.
여러 책을 읽고, 지금도 읽고 있지만, 또 다른 세 가지가 마음에 새겨지고 있다.
독서, 실천 그리고 글쓰기
성공한 사람들은 책을 쓴다. 그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은 독서이다.
성공한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해도, 아무런 실천을 하지 않는 것은 헛공부하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와 실천을 하며 내 삶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글쓰기는 독서와 실천을 통한 변화를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손으로 새기는 행위이다.
글쓰기를 통해 독서와 실천이 '자기화'가 될 수 있다.
이 글쓰기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적은 리스크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기라는 점이다.
나에게 영향력이란 '애비로서의 책임'을 다 할 수 있고, '잘 사는 복수'를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수 있다. 큰 부자들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배우처럼 잘 생기지도, 가수처럼 노래를 잘하지도 않는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가장 평범하지 않은 나만의 이야기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성공을 위한 'Low Risk, High Returnable'한 방법은 글쓰기였다.
보통의 세상 이치는 'High Risk, High Return'이지만 글쓰기는 다르다.
Risk가 별로 없다. 노트북 한대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한두 시간정도 나만의 시간을 만들면 된다.
'HIgh Return'이 아닌 'Returnable'이라는 게 포인트다.
높은 보상이 정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보상받을 수도 있다. 그 보상이 'Uncountable'한 게 또 재미지다.
'도전해 볼 만하다.'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시작은 시작되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좋은 가치를 만들고 영향력을 주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세상에 없던 아이폰이란 가치를 만들어서, 영향력을 발휘해 성공을 했고,
누군가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즐겨 부르는, 불후의 명곡을 통해서 성공을 했다.
핸드폰을 만들고, 노래를 만들고 부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보통의 literacy를 가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리스크가 적으면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은 글쓰기이다.
글을 통해서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내 글이 가치롭지 않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괜찮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으니.
언젠가는 이 내 끄적임이 좋은 시기와 좋은 사람들을 만나 빛이 날 가능성이 있다면,
충분히 Challengeable 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
나비의 날갯짓 같은 나의 조용한 키보드질이 어떤 강력한 허리케인이 되어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팔랑팔랑'
어제보다 힘차게 저 꽃을 향해 날아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