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효과 : #1 이해와 성찰

by 밍작가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머릿속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생각들을 힘들게 한 곳에 모아야 하고,

모으는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구성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글의 기본인 이 '생각'이라는 것은 참 이기적이어서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기억되거나 편협한 상태로 저장된다.


이 편협한 상태로 저장된 어떤 기억들은 상처가 되고 트라우마가 되어 나를 괴롭히곤 한다.

어떤 기억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올 때도 있고, 나 자신이 너무 싫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행복하기만 한 글, 슬프기만 한 글만 쓸 수 없기에 다시 꺼내야 한다.

그런데 다시 꺼내다 보면 예전과는 조금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너무나도 짜증 났던 일,

억울한 일,

힘들었던 일들을


다시 꺼내다 보면 자연스레 다시 생각하게 된다.

왜 그리 그렇게 짜증 났을까?

왜 그리 억울했을까?

왜 그리 힘들었을까?


나에게 결혼생활은 하루하루가 짜증의 연속이었고,

나는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들은 억울했으며,

그리고 갈등의 순간들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하지만 순간의 짜증, 억울한 순간, 갈등의 기간은 지금 돌아보면 너무나도 짧고, 단기적이다.


이런 단기적인 순간을 몇 년이 지난 후에 멀찍이서 바라보니,

정말 짧디 짧다.


멀리서 바라보게 되니 앞이 보이고 뒤가 보인다. 다 이유가 있었다.

짜증 나는 일 전에는 욕구불만이 있었고(생리, 안정, 사랑, 존중, 자기실현 등)

억울한 일 전에는 불통이 있었고,

힘든 일 전에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글을 쓰니 조금씩 퍼즐이 맞춰진다.

짜증이 날 만큼 심적으로 건강하지 않았고,

억울할만하도록 살았으며,

되도 않는 기대를 하니 힘들었던 것이다.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이런 나의 상황도

그런 너의 상황도 이해가 조금씩 된다.


글을 쓰기 위해 다시 멀리서 생각하니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랬겠구나.

(100% 이해를 하는 건 아니니, '그래서 그랬구나'는 아니다.)


이러한 이해가 '나'를 더 잘 알 수 있게 해 준다.

어떨 때 짜증 나고, 어떨 때 억울하고, 어떨 때 힘든지 더 잘 알게 한다.


이해를 하고 나면, 짜증 나고, 억울할 만하고, 힘든 일들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

나를 이해했으니 이제는 본능적으로 피할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화가 나고, 짜증이 나던 일들을 글로 정리하면서 의식화가 되었고,

이러한 의식화된 '나'의 특징을 이해함으로써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한다.


우리 뇌의 약 95%의 무의식과 약 5%의 의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 '나'라는 0.01% 정도의 기억만 조금씩 조금씩 '의식'으로 보내면

과거를 이해하고, 더 이상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내가 될 수 있다.


글을 쓰니까 내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아 그렇게 힘들고, 짜증 나고, 억울한데도 그래도 잘 살아왔구나.'

'다시 생각해 보니 그때는 이것 때문에, 저때는 저것 때문에 그렇게 힘들었던 거였어.'

'아. 이제는 그때 왜 그랬는지 이해했어.'

'다시는 그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이젠 이해했거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