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은 새벽 4:44분을 지나고 있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 내 방에만 불이 켜져 있다.
참 예상치 못한 변화다.
원래 나는 지독한 올빼미였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새벽 2시 이전에 잠자리에 든 적이 별로 없었고,
대학시절에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공부해야지'는 항상 실패했었고,
일찍 출근해야 하는 날은 혹시나 못 일어날까 봐 부담이 되는 사람이었다.
7년 전쯤,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을 읽고 시도해 본 적이 있다.
책을 읽고 난 뒤, 한 1주일 정도는 일찍 일어났던 것 같다.
그런데 일찍 일어나려면 전제조건이 있어야 했다.
1. 일찍 자야 한다.
2. 취해 있으면 안 된다.
3. 일찍 일어나는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4. 그 목표는 나를 설레고 즐겁게 해야 한다.
7년 전의 나는 일찍 자지도 않았다. 12시쯤 잤던 것 같다. 당연히 일찍 일어나기 힘들었다.
회식이 많았다. 회식을 하고도 집에 와서 일찍 잠자리에 들지도 않았다.
TV를 보며 취기의 여운을 즐기다가 잠이 들곤 했다.
일찍 일어나는 목표도 없었다.
그냥 일찍 일어나서 미라클모닝에 적혀있던 긍정적인 질문들에 대해서 답하고, 명상을 했다.
하지만 이 질문과 명상은 나를 설레고 즐겁게 하지는 않았다.
매일 똑같은 질문에 답하는 것은 지겨웠고, 새벽이 아니어도 언제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명상을 하다 보면 앉아서 자고 있었다...ㅋ
'이럴 거면 그냥 편히 누워서 자고, 좋은 컨디션으로 출근하자...'
이 도전 이후에는 미라클 모닝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냥 나는 올빼미족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다른 사람들이 미라클모닝이라고 포스팅을 할 때에도,
'아 사람마다 스타일은 다르죠. 저는 올빼미족인 것 같아요~'라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올빼미족은 늦게 자도 출근시간이라는 '일어나야만 하는'이유가 있기에 눈이 떠진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도 새벽 1시, 2시까지 글을 쓰고 댓글을 달며 열심히 부엉부엉거렸다.
처음 시작하는 블린이로서 무엇이든 신기했고 재밌었기에
맥주를 홀짝이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 주식, 경제 이야기를 쓰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브런치 스토리에서 내 이야기를 쓰려니 이게 쉽지 않았다.
퇴근하고 난 후에 쓰려니 내 생각을 방해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직장에서 있었던 아쉬운 일.
내일 예정된 중요한 회의.
수시로 와대는 카카오톡 메시지.
블로그에 댓글 달아주는 이웃들, 의무적인 답방을 가야 할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내 자판을 치는 손가락에 흥을 돋워 줄 수 있는 맥주의 유혹.
내 이야기를 쓸 수가 없었다.
써 봤는데 잘 안 써졌다.
우연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진 날이 있었다.
그날은 아마 전날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서, 일찍 잠이 든 날이었을 것이다.
새벽 4시에 깼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도전을 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던 때였다.
그냥 써보기로 했다.
하루에 한편, 뭐 어떨 때는 이틀에 한편.
모자란 글 솜씨지만, 나름 집중이 되고 글이 써지기 시작했다.
다음 날 또 4시에 일어났다.
그리고 그다음 날도 일어났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끝나고도 계속 일찍 일어났다.
또 다른 글을 쓰기 위해서.
그리고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서,
밍작이라는 자회사에서, '시간'이라는 금 같은 주식의 보유율을 늘리기 위해서...
자사 보유율 증대는 주식시장에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싸인이기 마련..
그만큼 실적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니까.
나도 자신감이 생겼다.
아침에 글을 쓰면 좋은 것들이 있다.
직장에서의 아쉬운 일은 이미 자면서 잊혀졌고.
오늘 예정된 회의는 걱정하기엔 늦었다.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을 것이다.
카카오톡이 울리지 않아서 집중도가 올라간다.
블로그도 조용하다.
술을 마실 수 없다..ㅋ
아. 이게 미라클 모닝의 맛인가?
이래서 다들 새벽에 일어나는 게 그리 좋다고 했던 건가?
아직은 미린이지만, 조금씩 느끼고 있는 중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나의 뇌에게 강력한 주문을 하는 긍정확언과
글을 쓰고 난 뒤 주어지는 약간의 독서시간은 크나 큰 덤이다.
건강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자기계발면에서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좋다.
글쓰기를 통해서 올빼미 생활을 청산했다.
그리고 'Miracle morninger'가 되었다.
이렇게 조금씩 내 삶의 진짜 주인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