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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교 가는 길 : 웃음

'23. 11. 12.(일)

by 밍작가

아이의 웃음만큼 부모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이 또 있을까.


2주 만에 공주를 만나러 갔다. 원래 면접교섭은 일요일에 가기로 했지만, 너무 잠깐만 보면 공주가 아빠 얼굴 까먹을까 봐 토요일도 하루를 더 보러 갔다. 빼빼로데이인지라, 큰 토끼그림이 그려진 빼빼로를 하나 사가지고 갔을 뿐. 이번 주엔 등장을 빛내주는 별도의 아이템(선물)이 없이 갔다.


기존에 아기상어, 헬로키티 인형을 가지고 들어갔을 때와는 다르게 반응이 시원치 않다. 내 가방 안을 살펴보고서는 실망한 표정을 안고 2주 만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빼빼로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21개월 공주의 '허허'하는 너털웃음을 봤을 뿐.(그래도 뭘 사 왔기에 반응은 해주는 느낌..)


목요일에 어린이집에서 키즈카페를 다녀왔는데, 너무 재미있게 잘 놀았다고 한다. 날씨도 너무 추워졌고, 어디 다니기도 힘들어서 키즈카페에 공주를 데려갔다.


의사표현이 어느 정도 가능해진 21개월의 공주는 이제 호불호가 명확하다. 입고 싶은 옷, 하고 싶은 머리핀, 신고 싶은 신발이 있다. 그게 아니면 그 옛날에 자연농원 앞에서 내가 시전 했었던 땡깡을 피운다.(키 작아서 놀이기구 못 타는데 타겠다고 땡깡피우던) 키즈카페에서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것들이 있고 맘에 들지 않으면 표정이 금세 굳는다.


그런데, 그 잘 놀았다는 키즈카페에 가서 노는데 표정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 볼풀에서도, 방방에서도, 낚시로 아기상어 모형을 잡아 올려줘도 전 사람이 간혹 보내주는 사진에서의 공주의 그 미소가 나오지 않는다.


할미, 할비랑 같이 가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할비는 키워준 것도 아니고, 근 한 달 만에 본 지라 더욱 낯설어했다. 할미는 어려서 키워준 시간들이 있기에 그래도 아빠와 할비보다도 더 친근하게 매달리곤 한다. 그런 할미와 같이 키즈카페에 가도 그 밝은 미소가 잘 나오지 않고, 표정이 뚱하다. 할미 손을 잡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놀곤 하지만 무언가 밝게 웃는 웃음이 보이지 않는다.


집에 오기 전, 방방에서 열심히 뛰며 약간의 웃음을 보여주던 게 최선의 웃음이었다. 밥을 먹으러 가서는 슬슬 엄마가 보고 싶어지고, 징징이 발동 나기 시작이다.

그나마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이제 좀 적응을 하고 다시 친해진 공주는 말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우리 공주 누구 닮아서 이렇게 이뻐?"

"엄마딸!"

(엄마가 세뇌교육을 참 열심히도 시켰네 ㅋㅋㅋ)

"우리 공주 엄마딸이야? 아빠딸이야?"

"음.. 아빠딸!"


공주가 이런 서비스를 해주다니, 아무리 웃어 보이지 않아도 이 세 글자를 들으니 기분이 참 좋다.


집에 올라가서, 다음번엔 더 큰 웃음을 선사하겠노라. 다짐하며 인사를 한다.

"공주 안녕~"

공주가 고개를 숙이며 손을 흔들어 준다. 아주 쿨하게^^

꾸벅 인사를 하는 공주가 나를 웃음 짓게 만든다.


웃음은 아무 때나 나오지 않는다. 마음이 편한 상태에서 마음 편한 사람과 함께 하고 있을 때, 즐거운 일이나 감정이 느껴져야 자연스러운 웃음이 나오게 된다.


애비로써 마음 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고, 2주에 한 번씩 보는 '아빠'라고 부르는 사람이 공주는 그렇게 마음이 편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직은.


웃음에는 선순환이 있다.

상대방을 웃게 해 주려는 노력.

그로 인해 웃는 상대방.

그 웃음으로 행복해지는 분위기.

이 행복한 분위기를 지속하기 위해 더 웃게 하려는 노력.

또 웃는 상대방.

더 행복해지는 분위기.


이 순환 중 어딘가 막혀 조금은 아쉬운 주말이었지만, 다음에는 더 큰 웃음을 주겠노라. 다짐하면서 쿠팡에서 "헬로키티 굿즈"를 폭풍검색한다..ㅋ


2주의 시간을 뛰어넘어 큰 웃음을 보이는 데는 공주가 애정하는 '냥이'가 가장 좋은 답이 될 수 있으니까.

물질적인 것이라고 해도 일단 웃으면 되니까.

이 냥이가 우리를 웃음 짓게 만들 수 있으니까.


참 이기적인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공주를 웃게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오랫동안 웃게 만들기 위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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