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왜 글을 쓰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쓰는 내내 이런 질문들을 해왔던 것 같다.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누가 들으면 불쾌할지도 모르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시대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당당하게 이혼했다고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사회이기에, 수도 없이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질문들은 계속되고 있다. 너무나도 힘들었고, 고통스러웠으며 때론 죽고 싶을 만큼 아팠던 기억들과 재회를 해야 하는 게 생각보다는 쉽지 않다. 이 과거를 통해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걸까.
결혼생활이 행복하든, 행복하지 않든 '이혼'이란 결심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은 것이 바뀌는 일이기에. 그리고 사실 해보면 큰 과정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혼을 위한 서류를 작성하거나 법원에 가는 일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큰 장벽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내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도 그랬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나 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인생(人生)의 '생(生)'자 에는 '서투르다'라는 뜻이 있어서 그런지, 우리는 참 사는 게 서툴다.
사소한 다툼, 불화 그리고 '이혼'이라는 2음절의 단어가 부부사이에 한 번이라도 오가게 되면 이 서투름이 발동되었다. 초록창에, 유튜브에 검색을 하곤 했다. 그런데 검색결과는 양재역(서울가정법원이 있는) 광고판에서 '이혼전문'이라고 광고하는 변호사들이 이야기하는 블로그와 유튜브로 넘쳐난다. 실질적인 정보를 주기도 하지만, 결국엔 상업적일 수밖에 없는 그런 정보.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이유로(외도, 폭력 외에) '다름'을 느끼고 혼자가 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은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변호사들이 만든 뻔한 이야기 말고 실질적으로 이 큰 경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이 이야기에 대해서 계속 글을 써대고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읽으면서 누군가는 지금의 배우자에게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고, 또 누군가에게는 용기와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니까. 물론 나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어쩔 수 없다.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는 거니까. 사랑을 약속한 사람에게도 사랑을 안 받았는데 그 정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어쩌다가 내가 이혼을 하게 되었지?'
'어떻게 내가 그런 큰 결심을 내리게 되었을까?'
왜냐하면 나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았던 적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큰 사고 없이 공부도 곧잘 했으며,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며 살고 있었으니까. 안정적인 가정생활 역시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을 했었으니까. 최상위권 까지는 아닐지어도 모든 부분에서 '평균 이상의 삶'을 원하며 살았던 나이기에, 이혼은 내 인생에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이런 내가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해졌다. 선택은 내가 내렸지만, 선택을 하는 과정이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해보니, 모든 것은 나의 '감정'에서 시작되었다.
이 감정들을 어떻게 느꼈기에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렇게 쓰고자 한다.
감정은 크게는 '좋다.', '싫다.'의 두 개의 카테고리로 시작하지만, 기쁨, 행복, 슬픔, 우울 등으로 파생된다. 더 나아가, 쾌와 불쾌로 시작한 감정을 표현하는 말은 2,600개가 넘어간다고 한다. 참 복잡하고 다양하다. 이 2,600개의 감정을 모두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감각적인 사람은 아니기에, 평범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표현하고자 한다.
얼마나 많은 감정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가짓수는 늘어날 것 같다.
오늘도 해결되지 않는 갈등으로 인해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상대방을 위한 나의 노력이 아닌 우선 나를 위한 노력을 먼저 하는 하루하루가 되길 바란다.
모든 것은 내 감정에서 시작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