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별의 감정 : #1 행복

by 밍작가

"행복한 결혼생활 되세요!"라고 축하를 받으며 모든 이가 결혼을 한다.


그런데 결혼생활에서 행복의 절대치는 어디일까? 가장 행복한 느낌은 무엇일까?

절대적으로 행복해본 적은 없기에, 우리는 그 한계를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 정도면 행복하다.'라고 마음속에서 선을 그으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상태를 '행복'이라고 한다. 우리는 연애 시기에 느꼈던 '행복 비슷한 감정'을 더 오래 느끼기 위해 결혼을 한다. '행복 비슷한 감정'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백의 설렘.

연인이 되었을 때의 기쁨.

연애를 하며 느끼는 사랑.


결혼 전에는 이런 감정이 행복이라 생각하고 결혼을 굳게 결심하게 된다. 결혼준비 과정에서 생각보다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생기는데, 굳은 결심은 이 unhappy 한 요소들을 이겨낼 만큼 개인적, 사회적으로 강력하다.


난관을 잘 헤쳐나간 부부들에게, 그야말로 행복한 결혼생활이 시작된다. 이때 느끼는 행복은 연애시절 느꼈던 행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함께 있으면 즐겁고, 재미있고,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즐겁다.


미국의 심리학자 Martin Seligman박사는 행복을 5가지 요소로 구분하는데, 연애시절과 결혼 초기에는 '관계'를 통해서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친구, 직장동료 등 다양한 관계가 있지만 그중에 가장 크고, 안정적인 행복을 주는 관계는 배우자와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Martin Seligman의 행복의 5가지 요소
1. 긍정적인 감정
2. 참여(헌신)
3. 관계
4. 의미 있는 삶
5. 성취의 성공

김민희와 이민기가 나왔던 '연애의 온도'를 보면,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단계를 지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싸우고 화해하며 편해지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별하게 되는 과정을 잘 볼 수 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유전자에 의해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는 법이다.

스크린샷 2023-11-15 오전 6.47.25.png

사랑의 유효기간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관계의 지속에 따라서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나는 사랑에 빠진 것 같다고 느끼는 페닐에틸아민, 모든 것이 궁금한 도파민의 작용에서 시작해서, 보고만 있어도 배부른 세로토닌과 같은 호르몬들이 이 시기에 활발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이 호르몬들의 유효기간은 최대 3년이다.


호르몬의 작용 때문에 사랑의 유효기간을 3년이라고 표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기간은 사람과 상황에 따라 더욱 당겨질 수도, 늦춰질 수도 있다.


부부가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지 않을 때 즈음, 행복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해야 하는 시기이다. 더 이상 '관계'만으로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부의 의미 있는 삶과 함께 이루는 성취 등을 통해서 관계를 강화시켜야 한다.


부부로서 그리고 각 개인으로서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2세를 통해서 부부의 의미를 찾을 수도 있고, 더욱 가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도 있다. 서로의 관계만으로 행복하던 것에서 성숙한 관계인 '나의 의미', '우리의 의미'를 통한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은 신혼과는 또 다른 행복감을 줄 수 있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행복에서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최고의 행복은 '성취의 성공'이라고 한다. 의미를 찾았으면, 성취할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부부생활, 인생의 의미를 찾았으면 이 찾은 의미를 바탕으로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한 노력과 그 과정에서 얻는 행복을 '같이'느껴야 한다.


과거에는 사회적 성취는 남편이, 육아의 성취는 아내가 얻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은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다. 남편이 퇴직 후 매일 집에 있어서 3끼 챙겨주기 힘들다는 어머니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여성들, 졸혼하는 부모님들.

'같이' 성취의 행복을 느끼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들이다.


미혼인 상태에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아실현의 욕구'만 충족하면 된다. 하지만 부부가 최고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함께하는 성취'를 느껴야 한다. 그래야 더욱더 행복할 수 있다.


혼자만 행복하기 위해서 결혼의 결심을 한 것이 아니고, 두 사람이 같이 영원히 행복하기 위해 결심을 했다면 이렇게 행복에 대해서도 세월에 따라 변화시켜나가야 한다.


'이 정도면 행복한 거지.'라고 그었던 행복의 선은 영원하지 않다.

선이라는 것은 언제나 새로 그을 수 있듯이,


'관계'의 행복을 통해서 선을 긋고 시작하고, 그 선 너머에 '의미'의 행복을 긋고, 나아가서 '성취'의 행복의 선을 그려나가야 한다.


이렇게 부부는 서로의 선(wire)을 잡고 행복의 선(line)을 그리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관계의 선만 그어두고 그 이후의 선은 그리지 못했던 생활이었다.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느낌만 받다 보니 성취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소통의 부재가 가장 컸을 것이다. 매일 전화통화를 하고 수도 없는 메시지를 주고받지만 의미 없는 공갈포만 쏘아댄 듯하다.


관계를 시작하면 내 인생의 의미를 상대방에게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 인생의 의미를 이해해야 하며,

우리의 의미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꼭 '우리'의 의미여야 한다.

'나'의 의미만 찾고자 하면 결혼은 안 하는 게 낫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모든 것은 내 감정에서 시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