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나 태어난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아요. 그대를 만나 죽도록 사랑하는 게 누군가 주신 나의 행복이죠~"
노래도 잘 못 부르는 내가 용감하게 '김동률의 감사'를 축가로 부르며 결혼을 했다. 노래를 다시 들어보니 참 마음 따듯해지는 가사이다.
살아있음에도 감사하고,
부족한 내 마음이 배우자에게 힘이 되어도 감사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감사를 바탕으로, 지금처럼만 서로를 사랑하는 게 누군가 주신 나의 행복이라며 아름답게 끝난다.
이 축가는 내가 좋아하던 노래는 아니었다. 당연히 내가 고른 노래도 아니었다.
전 사람이 축가로 이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었다. 뭐든지 다 해줄 때니까. 맹연습을 했었다.
처음에는 이런 발라드 가수를 좋아하는지 알았는데, 결혼하고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김동률 스타일보다는 조금 더 저음의 울리는 목소리를 좋아했다.
그런데, 왜 전 사람은 '감사'를 불러달라고 했을까?
그녀는 결혼 후에도 은연중에 이야기하곤 했었다. 본인 같이 경제관념 투철하고, 좋은 학교를 졸업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교사가 나와 결혼하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나뿐만 아니라 우리 집안에서도.
감사함을 잘 표현하는 나로서는 별생각 없이 들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 보니,
그녀는 나를 위해 봉사를 하는 것이고, 나는 이에 감사를 표현하라는 느낌의 말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우리의 감사는 공평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이 공평하지 않은 감사는 행복의 불평등을 낳았고,
결국 이혼을 하게 된 여러 이유 중 한 가지 이유가 되었다.
아니, 단순히 한 가지 이유가 아니라 모든 이유의 출발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감사는 결혼생활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결혼생활의 좌지우지할 수 있는 행복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은 정서적으로 강한 연결을 만들고, 긍정적인 감정이 증가하며, 갈등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소통이 개선되어 신뢰와 안정감이 증진할 수 있다.
또한 감사의 말은 다른 긍정적인 것들과 잘 결합이 된다.
"도와줘서 고마워. 당신 이거 정말 잘한다."(칭찬과 결합)
"많이 피곤할 텐데, 데려다줘서 고마워."(이해와 결합)
"고맙고, 사랑해."(사랑과 연결)
단순히 "당신 이거 정말 잘한다.", "많이 피곤할 텐데..", "사랑해" 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문장이 되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 긍정의 시작은 감사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이 참 어렵다.
일상생활에서 부정적인 측면에 더 집중하거나, 너무나도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갖춘 사람. 그리고 타인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적이고 유연성이 부족한 사람들은 감사함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 상대방의 배려와 노력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부부 모두가 감사를 잘 표현하고 서로를 위해 노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부부 중 어느 한 사람이 감사를 잘 표현하지 못하거나, 두 사람 모두 그렇지 못한다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
두 사람 모두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행복의 기본이 되는 요소인 '긍정적인 감정'이 발생하지 않게 되어 행복한 부부생활이 어려워진다. 가만히 있어도 부정적인 일들이 많이 발생하는 부부생활에서 긍정적 감정으로 덮으려는 노력 없이 메마른 생활이 이어질 수 있다. 부부생활에 벽이 생기기 쉽다.
그런데, 어느 한 사람이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 지속적으로 감사함을 표현하는 사람과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 사이에서는 수직적인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나 보기 쉬운 수직적 관계는 소통을 제한하고 하위 계층에게 스트레스와 불만족을 가져온다. 창의성이 제한되며 융통성이 없어지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부부 사이의 감사함의 불균형은 어느 한쪽에게 스트레스를 가져온다. 그리고 상대방은 어차피 나에게 감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긍정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게 된다. 어느 한 사람이 동굴로 들어가 버리기 쉽다.
"나는 이렇게 고맙다고 표현하는데, 왜 당신은 그런 말을 잘 안 해?"라며 싸웠던 적이 있었다. 돌아온 그녀의 대답에 나는 동굴을 파기 시작했던 것 같다.
"부부끼리 이 정도는 당연한 거지 뭐 그런 말을 해."
희생과 배려가 '당연한 것'이 되어버리는 순간...
동굴 속에 들어가서 생각했었다.
'왜 나의 노력이 '당연한 것'일까?'
'그 사람의 '당연함'은 어느 정도 일까?'
'그 사람이 감사함을 느끼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답이 없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다 당연한 게 이 세상이기에..
당연히 있어야 할 배우자가, 부모님이 없다고 생각해 보자.
당연히 있어야 할 물, 공기가 없다고 생각해 보자.
물 없이 하루. 아니 몇 시간만 지나도 살 수 있는가? 너무 소중하고 고마워서 물병에 대고 절을 할지도 모른다.
감사를 많이 표현하면 본인이 낮아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절대 아니다.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은 내가 낮아지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같이 올라가는 최고의 방법이다.
특히 평생을 함께 살기로 약속한 부부사이에서의 감사는 습관이 되어야 한다. 같이 행복하려고 결혼을 했으면, 두 사람 모두 행복의 질이 올라가야 하니까.
같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감사해야 하니까.
고마워. 나랑 헤어져줘서.
이렇게 나라도 감사함을 표현하면 언젠가 행복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