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감정 : #5 편안함

by 밍작가

잔잔하고 편안하게 흐르는 강물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지저귀는 새들과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소리까지 더해진다면 지상 낙원이 따로 없을 정도이다.


연인이나 부부 사이의 감정도 이런 느낌이라면 갈등과 이별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어디 한 곳에 멈춰있지 않고 잔잔하게 흐르면서 주변의 환경들이 도와주는 환경이기에...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서 이 편안함은 부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너무 편한가 봐?"

이 질문은 당신의 관심과 사랑이 예전 같지 않다는 뜻이니, 조금 더 신경 쓰라는 말로 주로 쓰이기 때문이다.


"아.. 아니야."

라고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진실이어도 문제고 거짓이어도 문제다. 참 나쁜 질문이다.

이 질문의 전제는 '나는 편안함이 싫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도 부부도, 어느 조직이든 '대체적으로' 편안해야 한다.

매일 느끼는 감정이 콸콸콸 떨어지는 폭포 같다면 어찌 살 수 있을까.


대학시절 갔던 미국 여행에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갔던 적이 있다. 캐나다 국경으로 넘어가서 폭포를 가까이 보기 위해 배를 타고 갔었다. 멀리서 보는 나이아가라 폭포는 너무나도 멋있었다. 장관이었다. 하지만 배를 폭포 가까이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앞은 보이지 않고 옷은 다 젖고(우의를 주지만.) 심지어 튀는 물방울이 아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아픔을 가지고는 매일을 살 수 없으니, 사랑하는 사람과의 삶은 편안해야 한 것이 좋다.


편안한 강물이 흐르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량이 완만한 물길에서 흘러야 한다. 그리고 강에는 물의 양을 조절해 주는 댐이 있어야 한다.


굽이치는 물길에서는 편안하게 흐를 수 없다. 이처럼 서로가 만나 만드는 물길 자체가 완만한 길이 되어야 한다. 결이 어느 정도 맞는 사람과 만나야 이런 길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비슷한 사람과 만나서 결혼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가치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길을 가진 사람과 함께 한다면, 내 마음의 물이 흐르는 방법대로 그 사람의 마음에서도 흐를 수 있기에 편안하게 흐를 수 있다.


하지만 나도 그랬고, 누군가도 그러하겠지만, 그렇게 결이 맞을 것 같던 사람은 어디 가고 다른 길을 가진 사람과 함께 살고 있다. 이럴 때는 물길을 정비하기 위한 공사를 해야 한다. 서로의 물길을 알아보고 서로의 물이 잘 흐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화와 소통이라는 삽과 공사장비를 통해서, 급한 경사는 완만하게 만들고 과도한 'S'자 커브는 완만하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사는 오래가지 않기에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하다. 물길 옆에는 침식이 되지 않도록 바위돌도 얹어두고, 깨끗한 물이 흐르도록 바닥에는 자갈을 깔아줄 필요가 있다. 이는 영구적이지 않기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장마철에 폭우가 쏟아지고 난 후에 강물을 보면 참 무섭다. 100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흘러가는 물, 넘치는 수량으로 인해 강변 주차장의 차들은 침수되고 심지어는 사람이 떠내려가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물길이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수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 넘치기 마련이다. '불편함'을 넘어 '처참함'이 되기도 한다.

감정의 양을 조절해야 한다. 너무 과해도 안 좋고 너무 적어도 좋지 않다. 한 명만 과해도 좋지 않기에, 서로가 비슷한 감정의 양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물이 너무 적으면 흐를 수 없고, 너무 많으면 홍수가 난다. 서로에게 적당한 시간과 노력을 통해서 사랑과 관심을 표현해야 한다. 이 수량은 꼭 양(Quantity)의 개념은 아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더욱 좋겠지만, 현실에서 사랑만 하고 살 수는 없기에 시기적절한 Quality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이 시간과 노력은 절대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 일방적으로 한쪽 물길에서만 흐르다 보면 물은 더 빨리 흐르고 바닥은 더욱더 침식되며, 흐를 수 있는 물의 양은 금방 떨어진다. 같이 흘러야 한다.


이 때문에 각자의 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때로는 비가 많이 와도 물이 너무 많이 흐르지 않게 해야 하고, 비가 오지 않아도 주기적으로 물이 흐를 수 있도록 방류할 수 있어야 한다.

각자의 마음속에 여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여유 속에 서로 사랑했었던 추억, 상대방의 좋은 모습, 고마움을 저장해두어야 한다. 좋은 추억을 만들고 항상 감사하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가끔은 여행을 가며, 추억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르락내리락하는 내 감정으로는 편안한 강물을 만들 수 없다. 안정적인 사랑의 원천을 만들어야 한다. 시간과 돈이 아깝다고 추억을 만드는 것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추억은 결국 편안한 사랑으로 흐르게 될 원천이다.


나와 비슷한 물길을 가진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비슷한 부분은 참 일부분이었다. 서로의 물길을 공사해야 했지만 방치한 것 같기도 하다.

아니, 그냥 내 물길을 그쪽 물길에 과도하게 맞추려고만 하다 보니 내 물길을 싹 갈아엎어야 했다.


물길을 싹 갈아엎는 것은 쉽지 않다.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는데 무리하게 노력하다 보니 결국 내 마음은 이도저도 아닌 길이 되어버렸다.


주말에만 보던 우리는 추억 만들기에도 참 소극적이었다. 한 푼 두 푼 아낀다고 어디 좋은데 여행 한 번 가지 않았다. 함께 나눌 추억이 부족했다. 핸드폰만 붙잡고 의미 없는 전화와 메시지만 주고받는다고 추억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추억이 없다 보니, 우리의 물길은 참 메말랐다. 그래서 서로 큰 미련 없이 쿨하게 헤어졌는지도 모르겠다.

르누아르의 그림 '아스네르의 센 강'과 같이 편안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 마음속 길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살펴보고, 서로의 물길에서 서로의 사랑이 잘 흐를 수 있도록 노력하자.


강물 옆에는 이쁜 집도 짓고, 가끔은 보트도 띄우면서 그렇게 편안한 사랑을 만끽하자.

생각만 해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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