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감정 : #7 공감

by 밍작가

"당신은 왜 이렇게 공감능력이 없어!"


자주는 아니지만 내가 종종 내뱉던 말이었다. 나를 너무나도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 같았기에 했던 말이다. 전 사람과 나는 공감능력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내 생각엔) 나의 공감능력이 전 사람의 공감능력보다는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공감은 아니지만 공감이 안 돼도 참고 그러려니 하는 인내심이 뛰어났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다 보면, 관객들을 펑펑 울게 만드는 영화가 있다. 눈물이 흐른다는 것은 영화 속 배경, 상황 인물 등에 공감을 했다는 의미이다. 정도에 따라서는 눈물이 눈앞을 가리기도, 펑펑 울게 하기도 한다.


부부사이에서도 공감은 중요하다. 배우자의 의견이나 감정에 본인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공감을 잘하면 자연스럽게 갈등의 요소가 줄어들고, 신뢰를 구축하기 쉬우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어떤 영화가 관객들을 펑펑 울리게 하고, 어떤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까?

어떻게 해야 부부사이에서 공감을 잘할 수 있을까?


너무 어려운 영화는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 감독과 작가의 세계가 너무나도 복잡한 영화는 졸립다. 스토리가 심플해야 한다. 복잡하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 관객을 고려한 보편적인 범위의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즉, 나의 감정을 평소부터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어려운 말로 하지 말고 쉬운 이야기를 해야 한다. 너무 어려운 영화라고 소문이 나면 아무도 보러 가지 않기 때문이다.


전(前) 편과의 연계성이 있어야 한다. 어렸을 때(시즌 1), 학생시절(시즌 2), 직장생활(시즌 3)이 있었기에 지금의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배우자는 1~3편을 모두 직접 보지는 못했다. 그러기에 전편에 대한 줄거리 이야기를 잘해줘야 한다. 그리고 이전 시리즈와 연계성이 뛰어나야 한다. 연애시절부터 느껴온 이 사람의 영화 같은 스토리가 마음에 들어서 결혼을 했는데, 갑자기 장르가 바뀐다거나 주인공의 성격이 바뀌면 관객은 공감할 수가 없다.


주인공이 매력적이어야 한다. 무명배우보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가 더 공감이 잘 되기 마련이다. 관객이 찐팬이 되었다고 해서 관객이 다음 시리즈를 무조건 볼 것이란 보장은 없다. 주인공은 외모 관리도 하고, 평소에 좋은 일도 하면서 좋은 매력을 지속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영화가 나와도 관객들이 극장에 찾아온다. 결혼을 했다고 해도,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상대방이 최고로 좋아하는 영화에서 멋진 주인공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 외적인 매력은 세월의 한계가 있다고 하여도, 내적인 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관객의 자세도 중요하다. 같은 영화를 봐도 누군가는 펑펑 울고, 누군가는 쿨쿨 자기 때문이다. 영화가 재미없어서일 수도 있지만, 관객의 컨디션과 영화를 보는 마음가짐이 다른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관심을 가지고 챙겨보는 관객의 자세가 중요하다. 누가 보자고 해서 끌려가서 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예매를 하고 부푼 기대를 가지고 영화를 보러 가야 한다. 그래야 더 열심히 보게 되고 공감할 확률이 높아진다. 한 장면도 빼놓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감하려는 마음의 자세는 영화에 대한 공감을 더 높여준다. 더 많이 웃고, 더 더 많이 우는 관객이 될 수 있다. 영화가 한 편 끝나갈 때의 만족감이 더 좋다.


영화를 보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생각하고 질문을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만든 영화를 100%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사람마다 의식의 흐름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고민을 해보아도 모르겠으면 물어봐야 한다. 진짜 영화는 감독에게 물어보기 어렵지만, 우리의 하루하루의 영화의 감독은 옆에 있지 않은가. 이해가 안 되면 물어보고 이해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이해를 한 상태에서 이해가 되지 않던 퍼즐 한 조각이 맞춰지면, '아.. 그랬구나..'라고 생각되며 속이 후련해진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물어봐야 한다.


컨디션이 좋은 상태에서 영화를 봐야 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에서 영화를 보면 아무런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거나, 멍 때리거나 둘 중 하나이다. 항상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한 상태에서 상대방이라는 영화를 보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힘들면 쉬어야 한다. 억지로 영화를 보려고 하다가는 관객에게는 시간 낭비고, 감독에게는 허탈함을 줄지도 모른다. '이런 영화를 봤는데 왜 반응이 없지..? 하며..


부부생활에서 우리는 때로는 감독, 때로는 관객이 된다. 감독일 때는 재미있고 공감이 잘 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하고, 관객일 경우에는 기쁜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영화를 시청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서른 살의 나는 전 사람이 보여주고 있는 영화가 너무 재미있었다.

당시의 그 사람도 그런 느낌이었을 것이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신선하고 재미있는 영화였다.

시즌 3가 너무 재미있다 보니 시즌 1과 2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당연히 시즌 4는 재미있고 감동적일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시즌 4부터는 비싼 돈을 내고 정기구독을 신청했으나.

잘 보지 않았던 시즌 1과 시즌 2의 스토리가 이해가 되지 않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시즌 4의 어느 시점부터는 공감이 되지 않았다.


시즌 4의 일부를 공동제작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다른 이전 시즌에서 발생한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좋은 관객이 되지도 못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스토리 전개에도

그냥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스토리를 계속 물어보는 것 자체가

"나는 이 영화가 잘 이해가 안돼요."라고 반증하는 것처럼 보였기에.


공동제작에 투자한 돈이 아깝지는 않다.

연계성 없는 시리즈물을 찍는 것보다는

다시 오리지널리티를 살려서 나의 영화를 찍는 게 더 중요하기에.


나만의 멋진 시즌5가 대박을 터트리기 위해

좋은 스토리, 좋은 배우, 좋은 기술로 열심히 찍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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