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면 감정이 격차게 벅차오른다. 이 감정을 흥분이라고 한다.
물론, 연애 초기에 벅차오른 감정은 점점 사그라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래도 살면서 간간히 마음이 벅차오르는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완전히 없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부부사이에서 흔히 쓰는 이 '흥분'이라는 감정이 성적인 것과 연결되기 쉽지만, 다양한 종류의 흥분이 있다. 화가 나는 것도 흥분을 하는 것이고 기쁜 것도 흥분이다. 성적인 것 외에도 다양한 감정들이 자제력을 잃을 정도로 북받쳐 오를 때 '흥분'이라는 감정으로 표현할 수 있다.
마치 장작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면서 타다가 어느 순간 숯과 나무에 불이 확 피워올라 모닥불이 되는 것처럼, '흥미'가 조그만 불씨를 만들고 흥분이라는 불을 피우며 이를 바라보며 열광하고 무아도취 되는 상황에 이르게도 한다.
이 불과 같은 '흥분'은 타버리기 쉽기에 특히 잘 다루어줘야 한다. 불이 없는 것도 문제, 다른데 옮겨 붙는 것도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차가운 겨울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불은 꼭 필요하다. 부부사이를 따듯하게 해주기도 하고, 불멍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배경이 되기도, 빛을 밝혀 서로의 얼굴과 앞날을 비춰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불이 없으면 너무나도 춥고 외롭다.
좋은 불을 피우기 위해서는 좋은 숯과 장작이 있어야 한다. 좋은 장작은 불도 잘 붙어야 하고 냄새도 좋아야 한다. 불이 너무 안 붙으면 불을 피우다가 포기해 버릴지도 모르고, 너무 잘 붙어 버리면 금방 꺼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을 피웠을 때의 향기가 좋아야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유해물질이 함유된 장작으로 불을 피운다면 병에 걸리기 쉽다.
서로 흥분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즉, 부부간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격차게 벅차오르게 할 만한 좋은 마음과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좋은 부분을 서로 모아서 태울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서로 소통하며 가지런히 모아두어야 한다. 장작과 장작끼리 서로 붙어 있어야 불이 옮겨 붙듯이, 이러한 서로의 마음을 이리저리 겹치도록 모아두어서 불이 잘 붙을 준비를 해야 한다.
장작만 있다고 해서 불이 붙지 않는다. 토치를 가지고 준비된 장작에 불을 붙어야 한다. 장작으로 준비한 좋은 마음과 태도에 불을 붙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다소 상투적이긴 하지만 사랑이 있어야 한다. 사랑이 없으면 서로의 마음과 태도는 뻘쭘한 상태로 화로 안에 같이 들어있을 뿐이다. 같이 타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그런 모습으로.
서로의 좋은 마음과 태도를 사랑으로 한데 어울려서 불을 지피기 시작하면 서서히 불이 붙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장작의 일부만 타닥타닥 소리를 내면서 흥분이 발생한다. 하지만 서로 좋은 장작을 많이 준비할수록 더 큰 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더 큰 흥분과 행복을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너무나도 밝고 따듯하다. 대낮과 같이 밝아져서 이 세상의 어둠이 사라진다.
하지만 장작이 타면서 이 흥분의 불은 서서히 작아지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부부들이 이러하다. 연애초기나 신혼 때 활활 타오른 불은 3년 안에 불씨가 꺼져버린다. 불을 피웠던 과거의 추억을 종종 회상하면서 그냥 춥게 몇십 년을 살아간다.
불을 계속 피우기 위한 새로운 장작을 넣어줘야 한다. 불멍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중간중간 더 좋은 장작을 만들어야 한다. 불이 꺼지지 않기 위해서.
서로가 준비한 장작은 이미 다 타버렸기 때문에 '우리'만이 만들 수 있는 장작을 패서 넣어줘야 한다. 점과 점이 만나 선이 되듯이, 배우자끼리 만나서 생긴 선에서 더 많은 장작을 만들 수 있다. 점보다는 선이 더 넓기에. 즉 더 많은 장작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추억과 경험이라는 이름의 장작을 계속 만들어 불 위에 올려두어야 한다. 처음처럼 확 타오르진 않아도 불씨가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넣어줄 필요가 있다.
지속적으로 장작을 넣어주지 않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다 꺼져가는 불에 기름을 부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당장의 불씨는 살릴 수가 있으나 이 또한 오래가지 못한다. 불씨를 오래오래 이어가려면 꾸준하게 장작을 만들어 넣어주는 방법밖에는 없다.
우린 참 빨리도 화로 속으로 들어갔다.
느껴보지 못한 케미가 같은 화로에 우리의 장작을 부어 넣게 만들었다.
하지만, 화로 속으로 금방 들어갔으나, 불은 잘 붙지 않았다. 불을 피워보려 노력했는데 내 장작에서 그 사람의 장작으로 불이 옮겨 붙지 않았다. 그 사람도 그 사람의 방식으로 불을 피우려 노력했지만 내 장작에 옮겨 붙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불을 피우는 방식이 서로 달랐기에.
그래서인지 나의 결혼을 밝아 보이지 않았고 추억도 별로 없었으며, 추웠다.
각자의 좋은 장작을 가지고 있었지만 너무나도 궁합이 맞지 않는 장작이었을 것이다.
내 장작은 조금 얇아서 금방 타버릴 수 있지만 100박스 정도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그 사람의 장작은 거의 원목 그대로의 장작이었을 것 같다.
아무리 불을 피우려고 해도 원목은 불이 잘 붙지 않았다. 신혼 초부터.
그래서 결국 따듯해지지 못한 채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불을 같이 피울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우리처럼 불이 안 붙는 것도 위험하고, 누군가처럼 금방 꺼지는 것도 위험하다.
사랑하며 살며 좋은 추억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 새로운 장작 삼아 불을 꺼트리지 말자.
시꺼멓고, 냄새가 나고, 그을음이 여기저기 번져있는 불이 다 꺼진 화로를 보는 것은 참 힘들기에.
이 아름다운 인생에서 그런 것을 굳이 볼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