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아니 인생은 두려움의 연속이다.
인생이라는 항해에서 크고 작은 물결이 우리를 흔드는 것처럼 매 순간 두려움은 우리에게 덤벼들곤 한다. 저 멀리서부터 시작된 예측가능한 두려움도 있고, 예상치 못하게 내 앞에서 생겨난 두려움도 있다.
이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하면 내 마음속의 배에는 조금씩 물이 들어차게 되고, 더 큰 두려움에 더 많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7년 전, 결혼을 하는 것도 사실 꽤나 두려웠다. 너무나도 사랑했었지만, 가끔 마주하는 예상치 못한 파도는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결국 과감한 행동으로 이 두려움을 극복해 냈다. 그러니 결혼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다.
결혼의 두려움을 넘으면 괜찮을 줄 알았지만 결혼생활은 또 다른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갈등과 다툼은 또 다른 두려움을 낳았다. 처음 해본 결혼이었기에, 이런 갈등과 다툼이 가져오는 두려움은 무척이나 컸다. 이런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행동이 필요했다. 서로를 이해하고 같은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노력과 행동. 하지만 쉽지 않았다. 우리 둘 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너무나도 컸기에, 그리고 30년 넘게 살아온 내 인생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더더욱 힘들기에.
갈등과 다툼으로 오는 두려움을 잘 극복하지 못하니 다른 두려움들이 밀려왔다. 정서적 거리감, 신뢰 상실이라는 두려움의 파도가 뒤따라서 몰아치곤 했다. 갈등과 다툼이 가져오는 두려움이 일시적인 파도라고 하면, 정서적 거리감과 신뢰상실의 파도는 꽤나 크고 골이 깊은 파도이다. 폭풍우까지 동반한다.
이 두려움은 우리를 더 많이 힘들게 했다. 이 문제들은 단순히 '지금'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동반했기 때문이다. 혼자가 될지도 모르는 두려움, 그리고 관계가 끝날지도 모르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지만, 작은 두려움들이 갉아먹은 내 배는 이미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기에 큰 두려움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
번지점프를 하기 위해 뛰어내리기 전까지의 시간은 너무나도 두렵다. 하지만 눈 한 번 질끈 감고 다리에 힘만 한번 주고 뛰면 그 순간 두려움은 사라진다. 모든 두려움도 이렇다. 한 번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무언가 '행동'을 하면 그 두려움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것이 된다. 두려웠는지도 잊게 된다.
이 단순한 '행동'이 나이가 들면서 쉽지 않은 게 문제이다. 젊어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극복해 왔는데, 어느 순간 쉽지 않아 진다. 행동은 필연적으로 '변화'를 동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고 그냥 살던 대로 살다 보니 갈등에 대한 두려움도 이기지 못하고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한 채 살게 되었고, 그 불편한 느낌마저도 적응되다 보니, 그냥 그렇게 살아가게 되었다.
건강이나 경제적 두려움과 같은 개인적인 두려움은 약을 먹거나 소비를 줄이는 즉각적인 행동을 취하는데 비해,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건 참 어렵다. 장기적이고 더 깊은 본질적인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살아온 나와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부정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에 대한 크고 작은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도 습관이고, 두려움을 안고 사는 것도 습관이기에. 이 안고 살던 두려움들은 내 마음속의 구멍이 되어 더 큰 두려움에 약해지는 '우리'가 되기 때문이다.
부부나 연인관계에 있어 두려운 무언가가 있다면, 오늘 당장 극복해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더 큰 두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우리'가 되기 위해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우리에게 올 두려움들은 너무나도 많으니까.
내가 그려왔던 결혼생활은 항상 즐겁고 유쾌한 결혼생활이었기에,
작은 갈등이 가져다주는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해결 한 척'만 하고 살았다.
결국 번지점프대에서 밑으로 뛰지는 못하고 제자리 뛰기만 하는 모습으로.
그러니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더 큰 두려움에는 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받아들이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적극적으로 파도에 맞서기에는 내 배는 너무나도 작아졌고 낡아졌다.
신기한 건, 이혼이란 게 참 두려워서 그렇게 전전긍긍하며 살았던 것 같은데,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행동은 참 빨랐다.
너무 낡아버린 이 배에서 영원히 살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었을까...
뭐가 그리 힘들어서 작은 두려움들을 이기지 못하고 살았는지 이해가 안 되지만,
이제는 작은 두려움들을 하나씩 이겨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바로바로 행동하고, 즉각적으로 바꿔나가면서.
큰 두려움을 한번 극복하고 나니,
작은 두려움들은 두려운 것도 아니게 되었다.
두려움을 극복하다 보니 조금씩 커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