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감정 : #12 의심

by 밍작가
"불신은 또 다른 불신을 낳는다."
-퍼블릴리우스 시러스-

결혼생활 N년차 이상이 된 부부들은 적당한 의심과 그 의심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행동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살아간다. '확실히 알 수 없기에 믿지 못하는 마음'이라는 뜻의 의심은 콩깍지가 벗겨지면 질수록 점점 커져가게 되고, 심하면 아무것도 믿지 못하는 '불신' 상태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러기에 너무나도 위험한 감정이다.


'비상금이 있지는 않을까'

'야근을 한다고 하고는 어디서 놀다 오는 건 아닐까'

'다른 사람을 만나지는 않을까'

등등 수많은 의심들이 서로의 시선을 흐리게 한다.

(이런 의심이 때때로 '여자의 촉'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촉'의 승률이 꽤나 좋다.)


왜 의심이 생길까?


변화 때문이다. 즉, 안 하던 짓을 하기에 의심이 생긴다. 사람이 사람을 인지하는 감각은 수도 없이 많다. 표정, 냄새, 행동양식, 습관 등등. 이러한 감각 중 어느 부분이 갑자기 변화가 생기면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변화가 안 좋은 추억이나 기억과 연결이 되면 의심이 되기 시작한다.


분명 야근을 하고 온다고 했는데, 피곤해 보이지 않고 기존과는 다른 향기가 난다? 이러한 변화가 의심하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무언가와 연결이 된다. 얼마 전에 보았던 영화에서 다른 여자의 향수냄새를 맡고 나서 바람피우는 걸 의심하고는 확인하다 보니 맞았다는 그렇고 그런 스토리. 친구 남편이 바람 핀 이야기 등등.


조금 극단적인 예를 들어서 표현하기는 했지만, 쨋든 '예고 없는 변화'는 의심을 만든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결국에는 의심을 만들어내고, 이 의심은 관계에 fade효과를 주게 되면서 점점 흐려지게 만든다. fade효과가 진해지면 진해질수록 상대방은 잘 보이지 않게 되고, 나만의 생각에 빠져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든다.


혹여나 그게 사실이 아닐지라도, 내 생각이 다 맞게 되는 지경에 다다르게 되면서 의심에서 시작한 이 감정은 불신, 분노, 미움 등으로 확대가 되어버린다.


'합리적 의심'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특히 일을 할 때에는 이 '합리적 의심'은 정말 필요하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진짜 정보를 가려내고 그를 통해서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필수이다. 그리고 정보는 감정이 있지 않으니 마음껏 의심을 해도 괜찮다.


하지만 사람에게 의심을 자주 하는 것은 '신뢰'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우연히 생긴 변화로 인해 의심을 한번, 두 번 받기 시작하면 모든 행동이 불편해진다.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것조차도 힘들어지게 될 수 있다. 상대방의 셀프 fade효과에 지치게 되면서 소통이 힘들어진다.

이렇게 의심은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에게도 너무나도 힘든 것이고 부정적인 것투성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문우답일지도 모르겠지만, 의심을 안 해도 되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의심을 안 해도 되는 사람'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1. 솔직한 사람

2. 생활패턴이 규칙적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인정을 받는 사람

3. 서로의 기대치가 맞아서 나를 속이지 않을 것 같은 사람


1번과 2번은 결국 좋은 사람을 만나야 된다는 뜻이다. 여러 사람을 만나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3번이 중요하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긴다거나, 뭔가 속이려 하는 데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이런 사람이었는데 상대방을 위해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왔거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서 다른 모습으로 행동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상대방으로 인해서 생긴 '변화'의 옷이 너무 불편해서 그 불편함을 조금 해소한 것일 뿐인데, 의심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모습으로 살지 않다가 진정 내 모습을 찾아가는 '변화'에서 오는 의심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편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이유이다. 어울리지 않는 옷, 불편한 가면을 쓰고 매일 만나는 관계는 언젠가 의심을 만들어내기 쉬운 관계이다. 우리 인간에게는 관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의 차이는 별거 아닌 것에도 우리를 의심을 갖게끔 만들기도 하니까.


조금 더 솔직한 사람이 되고, 그리고 이 솔직함의 기대치를 맞춰나가야 한다. 그래야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기지 않고, 쓸데없는 의심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


우린 서로의 기대치가 맞지 않았다.

나의 기대치는 크지 않았는데 그 사람의 기대치는 꽤나 컸다.

(그리고 항상 내가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알코올과 니코틴, 우정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 사람은 아니었다. 그 사람의 인생에서 행복을 위해 이런 것들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기대치가 다르게 되고, 내가 조금만 나답게 살고자 하면

바로 의심을 받곤 했다.


뭐 속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솔직한 게 항상 정답은 아니기에...


누가 옳고 그른지를 떠나서.

그냥 성향이 다르다 보니 의심이 생겨버리곤 했다.


서로의 솔직함과 기대치가 잘 맞아서

의심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람을 만나야 한다.


솔직한 서로의 모습 자체가 좋고,

기대하는 바와 바라보는 미래가 비슷한 사람 사이에서는

의심이 생기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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