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12. 7. (목)
전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부모 참여 수업이 있다고. 오겠느냐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어린이집의 부모 참여 수업이었다.
부모 참여수업, 운동회는 적어도 유치원부터 하는 줄 알았다.
갈까 말까 조금 망설였다. 고작 30분 진행되는 부모참여 수업이기에.
그런데, 다른 아빠들은 와 있는데, 아빠가 오지 않아서 서운해할지도 모르는 공주를 위해서는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학부모들은 부모가 같이 오겠지만, 우리는 어린이집 앞에서 약속된 시간에 만났다.
새로운 공간에 들어가기 전에는 무언가 생각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어린이집 문 앞에는 몇 번 가봤지만 들어가 본 적은 없었기에 들어가기 전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집에 들어갔는데, 공주가 열흘 만에 보는 아빠를 너무 낯설어하면 어쩌지?'
'선생님과 다른 부모들이 보기에 이상하지 않을까?'
뭐 이런 걱정들...
전 사람을 만나서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
7명 정도 되는 애기들 중 우리 공주님이 보였다.
엄마랑 아빠가 함께 어린이집에 오니 공주도 조금 놀란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아빠"를 불러대며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문센에서 할 만한 프로그램을 준비 한 선생님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공주는 거의 전 사람 품에 안겨있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내 앞에 앉아있어 주는 공주가 참 대견스러웠다.
큰 천에다가 여러 가지 새 그림을 단 모빌놀이를 했다.
선생님과 부모들이 큰 천을 사이드에서 잡아주다가 확 들면 마치 새가 날아가는 것 같은 느낌의 놀이였다. 수탉 그림을 보면서 "아빠꼬꼬~"라고 이야기하는 우리 공주. 모빌을 확 들 때마다 신기해하는 우리 공주였다.
그런데 이 놀이가 끝날 때쯤 우리 공주는 대성통곡을 하면서 터져버렸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기에, 모빌을 접어두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넘어가려 하는 순간. 그 몇 분 동안 정든 새들과 헤어지는 게 싫었던 것이다. 다른 애기들은 괜찮은데 혼자만 대성통곡하는 우리 공주다.
정들었던 것들과의 이별을 안타까워하고 싫어하는 모습이 딱 나를 닮은 것 같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정들었던 아빠 꼬꼬, 두루미, 펭귄들이 통 속으로 들어가 버리니 얼마나 아쉬웠을까.
정들었던 친구, 사람들과의 이별에 익숙지 않았고, 모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모질지 못하게 헤어지지 못하던 내 모습과 많이 닮은 것 같다.
그런데.
주말에 아빠랑 재미있게 놀고 나서는 나를 너무나도 쿨하게 보내주는데!?
한 번도 아빠 간다고 해서 울고불고한 적은 없는데!? 조금 아쉬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또 볼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그러리라고 애써 생각해 본다. 나와 헤어질 때마다 울고불고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마음이 더 아플 테니까.)
그래도 매번 쿨하게 손을 흔들면 빠빠이를 해주는 게 조금은 아쉽긴 하다. 공주에게 더 큰 정을 느끼게 해 주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아직 많이 부족한 애비인가부다.
다른 애기들보다 키도 크고, 말도 제일 잘하고, 당당하게 센터로 가서 선생님 앞에 털썩 앉곤 하는 씩씩한 우리 공주의 모습을 보았다. 이게 남들보다 빠른 2월생의 힘인가. 다른 애기들 보다는 확실히 더 빠른 것 같다. 빠른 게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일단 처음으로 속한 집단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당당하게 적응하고 있는 공주가 대견했다.
두 돌도 안 지났지만, 참 잘하고 있는 우리 공주.
이런 공주의 생활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더 당당하고 꿈이 큰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아빠로서 할 수 있는 사랑을 많이 줘야겠다.
그리고, 혹여나 세상을 조금 알게 되었을 때, 부모의 이혼이 정서적으로 큰 충격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생각해 봐야겠지만...
아마 3~4년? 아니 2~3년 안에는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까.
"왜 아빠는 다른 아빠처럼 나랑 같이 안 살아?"
이 질문에 어떤 답을 해야 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세상을 사랑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가까운 미래에 사랑의 끝을 말해줘야 하는 현실이 참 어렵다.
훗날 어떤 답변을 해도 아빠라는 사람이 있어서 든든하다는 느낌을 받도록, 공주에게 큰 힘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