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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자 Jan 22. 2024

공주가 아프다.

면접교섭을 하는 주를 고려해서 가끔 돌아오는 주말 근무를 바꿨다. 얼굴을 보고 싶지만, 찍어두었던 사진과 동영상으로만 공주를 만나는 주말이다.


트램펄린에서 점프를 뛰며 신나게 노는 공주. 그리고 맛있게 과자를 먹는 모습. 작은 입으로 ‘아빠~’하며 이야기를 하는 공주의 모습을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핸드폰을 붙잡고 있다.


주말이 끝난 월요일,  일을 하고 있는데, 전 사람에게 사진과 함께 카톡이 온다. 공주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고 한다. 사진 속 공주는 손목에는 수액을 꽂은 반창고가 보이고, 공주에 눈에는 눈물이 글썽인다.


하...  


주말 동안 열이 40도까지 올라서 아무것도 먹지도 않았다고 한다. 중이염인 것 같지만, 정확한 원인을 알 수가 없어서 오늘에서야 병원에 갔다고 한다.   


보통의 아빠였다면 연차든 자녀 돌봄 휴가든 무언가를 써서라도 공주를 보러 갈 것이다. 아니, 주말 동안 이렇게 아팠으면 오늘 출근을 안 했겠지. 한 명만 공주를 케어하기엔 힘들기에 교대를 하면서 케어를 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 특별한 아빠는 아픈 딸을 보러 가고 싶어도 많은 것들이 고민이 된다.

‘늦은 시간 면회가 되기는 할까?’

‘가봤자 잠깐 보고 올 것 같은데...’

‘교대로 전 사람과 케어할 것도 아닌데...’


공주를 보기 위해서는 운전을 하면 쉬지 않고 4시간을 달려야 하고, 기차를 타고 간다고 해도 몸은 편하지만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


당장 가서 공주를 보고 싶지만, 내일, 그리고 모레 보고해야 할 중요한 업무들이 브레이크를 턱턱 밟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마음만 불편하다.


애매함이 참 싫다.

그리고 이 애매한 고민을 하는 이 상황이 참 불편하다.


오늘 밤 공주가 아픈 게 얼른 나아서, 내일 퇴원했으면 좋겠다. 일단 병원에 갔으니까. 좋아지겠지..? 만약 내일 오전에도 안 좋아지면 반차라도 써서 한 번 가봐야겠다.


애매함을 해소하는 방법은 빠른 행동이니까.


이혼을 하게 되면 이렇게 애매한 상황이 많다. 이혼 조정중 과정이 특히 그랬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함 때문에 중심을 못 잡았던 것 같다.


이혼을 한 것도 아니고, 이혼을 안 한 것도 아니었던 그 시절. 어떻게 살 것인지 갈피를 못 잡아서 참 힘들었다. 가족을 사랑할 수도 없고, 타인을 사랑할 수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도장을 찍고 나면 애매함은 끝일 줄 알았지만, 또 다른 애매함들이 기다린다. 앞으로도 이런 애매함 들은 계속되겠지.


그럴 때마다 어떻게 애매함을 극복할 수 있을까.


“우선순위...”


전 사람 얼굴 보는 게 불편하더라도 공주에 대한 사랑이 우선이면 애매한 고민은 하지 않겠지.


일 보다도 더 중요한 게 공주 얼굴을 보는 거라면 이런 애매한 고민은 하지 않겠지.


공주뿐만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데도,

‘할까 말까..’ 고민이 되는 순간들이 많다.

고민이 된다는 건 내 인생에 우선순위가 세팅되지 않은 것이라는 반증이기에.


고민이 생기면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우선순위 매뉴얼을 장착해 둬야겠다.


애매함은 참 힘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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