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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자 Mar 05. 2024

잘 흘려보내야지.

행복하기 위해서 이혼을 결심하고 

나름 혼자서 잘 살려고 발버둥 치지만, 최근에 자주 나를 파고드는 감정이 있다. 


'공허함'


생전 느껴보지 못한 이 감정을 잘 흘려보내주기가 어렵다. 

처음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힘든 감정이라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세상 사, 공수래공수거라고 한다.

원래부터 '내 것'이 없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전에는 정서적으로는 내 사람이, 내 집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는 했어도, 법률적으로는 '내 00'이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정신이 없고, 싸우고 미워하고, 난리를 피워도. 그 00이 내 삶을 채워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혼자가 되고 나서, 책을 보고, 글을 쓰며 살고 있다.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서 무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세속적인 것보다는 이게 참 좋다. 그래서 나름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건전하고,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나를 돌아볼 수 있다. 


'내 글'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 글은 '내 생각'으로 남게 되니까. 힘이 되니까.

이는 '내 가족', '내 새끼'의 빈 곳을 채워주기엔 나름 괜찮은 친구들이었다. 


사람들을 안 만나는 것은 아니다. 간간히 만난다. 만나면 재미있고 즐겁다. 하지만 몇 번 반복되다 보니, 곧 공허해지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결국 내 것을 없기에 그런 걸까. 만남의 끝이 항상 공허함으로 남다 보니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MBTI도 점점 E에서 I로 변하는 느낌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다른 사람, 

너무 힘든 사람, 

너무 어려운 사람. 


너무 힘들었던 과거가 있기에, 굳이 그 힘듦으로 뛰어들고 싶진 않다. 그래서 선을 긋고 살아가곤 한다. 

어쩌면 이 선이 나를 더 공허하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다. 


이혼을 하고 나니, 처음에는 복수심에 불타서 열심히 살게 되었다. 

그런데 열심히 살다 보니, 진정한 내 모습으로 살기 위해 열심히 살게 되었다. 


그런데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기 위해 안 하던 걸 하다 보니, 참 어렵다. 

이 어려움은 자연스럽게 책과 글쓰기의 시간을 빼앗아 갔다. 

그래서 더더욱 공허함이 증폭되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것은 아무것도 없는 이 느낌.

공허함. 

이 느낌을 잘 극복하지 못하면, 물질적이고 충동적인 무언가에 빠지기 쉬울 것 같다.

최악인데.. 


내 것이 아닌 것도 내 것이라고 정의하고 살면 괜찮아질까. 

아니면 이 세상 모든 것이 내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살면 괜찮아질까. 

이런 희망만으로 공허함이 채워질 수 있을까. 

이상만 바라보고 살기엔 현실의 공허함이 참 차다.


잘 흘려보내줘야지. 

공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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